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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울지 말아요

by Aphraates 2018. 4. 6.

식목일인데 나무 이야기는 별로 없다.

산림녹화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으나 늘어나는 화석 연료 탄소 배출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송곳 꽂을만한 땅일지라도 나무를 심어야 할 텐데 좀 느슨한 것이 아닌가 한다.

공해 문제 같은 것은 되받아 치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기법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므로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든가 아니면, 물 먹는 하마처럼 공해를 자신들의 영향소로 삼는 천적인 나무가 많아야 하는데 느긋하거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는 플라스틱 재활용 수거 대란과 닮은꼴이 될 수가 있다.

 

() 단장님하고 충대 병원 중환자실로 병문안 기도를 다녀왔다.

면회가 안 되는 줄 알지만 나무도 안 심으면서 내리는 봄비만 바라보고 있을 수 는 없었다.

환자에게 보안을 걸어 놓아 환자 명단에도 없어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어느 중환자실인지 찾는데도 한 참 걸렸다.

가운을 입은 의료지만 출입하는 병실 입구에 서서 쾌유를 청하는 기도를 드렸다.

정말로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 마시고 깔끔한 것이 아니라 부스스 일지라도 일어나시고, 환난에 중심을 잃지 마시고 어려움은 어려움으로 극복해내는 가족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기도를 마치고 혹시 아는 사람이 있니 하고 환자 보호자 대기석에 가 봤으니 아는 사람은 없었고, 환자 돌보느라 피곤들 한지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가볍게 조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단장님이 몇몇 분들과 점심 식사나 하자고 하셨다.

작정하고 시간을 내기도 그렇다면서 오늘 만났으니 마무리하자는 것이었는데 학위를 마치고 바로 일자리를 잡아 내려온 딸 아이 취직에 대한 감사 표시인 것이다.

S에 가서 창가에 앉아 세 가족이 느긋하게 시간을 가졌다.

무르익는 봄비 행사에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지체하는 것 같아 잘 아는 매니저한테 매니저님, 늦어서 미안해요. 동네 사람들이니 괜찮지요? 이해해주세요하고는 일정의 손님 갑질을 하였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조금도 개의치 마시라고 하였다.

단장님이 그런 의미에서 한 병 더요주문을 하자 데보라와 여자 일행들이 이제 그만 하라고 말리면서 식당에서는 술이 제일 많이 남아 술손님을 좋아한다더라면서 바로 여기에l 양질의 손님들이 계시다고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요한 대자님 댁에 갔다.

거동이 불편하신 장모님을 모신지 얼마가 됐는데 모인 김에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다.

기도를 끝내고는 또다시 판을 벌렸다.

소주6+맥주2로 합이 여덟 병을 셋이서 점심 식사 반주로 하였으니 꼭대기까지 피어 오른 그 기운을 바로 거둬들이기는 아쉬웠다.

 

남쪽 마을로 부부 가족 여행을 떠나자는 제의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박-김 부부한테 쌈을 붙이기 시작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하지만 요즈음 부부 사이가영 삐거덕거리는 것 같아 베게 송사만 아니면 간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인데 바로 앞에서 동석을 한 부부를 보고 그냥 지나칠 미당 선생이 아니었다.

 

이열치열 기법이기도 하고 그 정반대이기도 한 작전을 동원했다.

여기저기서 비슷비스하게 나도는 홍찍문이나 안찍문이 아니라 직문(直門)으로 들어갔다.

요즈음 왜들 그러세요? 다 말할 만 하고 들을 만 한 것 같으니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디 속 시원하게 들어나 봅시다라고 하였더니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두 분이 다 입을 여시었다.

친척을 도와주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 의견 충돌이자 겪는 아픔이었는데 결국은 돈으로 연결됐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작년에 있었던 가슴 아픈 일 때문에 두 분이 눈물을 흘렸고, 듣는 우리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인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남아있는 자들에게는 한이 되는 일이었기에 다른 문제들이 불거져 나와도 자연스럽게 그와 연결이 되어 슬픔이 북받치는 것이다.

그 정도면 할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고, 쌓인 감정도 풀어질 것 같아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관하여 조언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리고 다 세월이 말해준다는 것처럼 시간은 시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가 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그 분께 의탁하자고 하였다.

환희도, 고통도, 영광도 다 그 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을 당신이 하시는 일에 순응하면서 바라보는 것 이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므로 서 문제는 슬슬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울지 말아요.

태어나서 울고, 갈 때 울 듯이 늘 울음 속에 갇힌 우리들입니다.

피하자는 것이 아니라 메마르고 사라질 울음이 결코 아니니 울음을 인정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나누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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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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