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姜) 선배님이 보따리 싸 들고 현장으로 전라도 강진으로 가신지 1주일이 됐다.
강진은 따뜻한 남쪽 바닷가 마을이다.
다산 초당과 영랑 생가, 강진 청자와 하멜 표류기를 생각하면 인상 깊고 정취 물씬한 동네이지만 삶의 현장과 연결시켜도 그렇게 낭만적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전에서 231.5km 거리에 2시간 51분 소요되는 머나먼 곳이다.
삼남(三南)의 중심인 대전에서 볼 때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강원도의 속초, 경상도의 울산, 전라도의 해남과 진도처럼 전국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곳 중의 하나다.
말 타고 가던 오솔길의 예전이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신작로나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로 갈지라도 먼 길이다.
유배 가는 다산(茶山)이나 고산(孤山) 선생이 떠올랐다.
강 선배님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좋게들 이야기 한다.
본인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일자리가 있어 간다 한다.
집에서는 지금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것이 아니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야단인데 무슨 배부른 소리냐며 두 말 없이 가라고 밀쳐내면서 부러워하는 눈치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과 참새꾼들의 꿰뚫어 볼 수 있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입장인 미당 선생이 볼 때는 맘이 짠하다.
긍정적인 미사여구들이지만 노역(老役)의 노역(勞役)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때 묻은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정든 이웃과 아기자기하게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황혼인 것이지 건강 생각해서라도 자꾸 움직이라며 밀어내고 밀어내지는 것은 보람찬 인생이라 하기에는 맞지 않다.
산자수려한 곳이라고 하지만 물설고 낯 서른 타관이다.
땀 흘려 일하는 터전일지는 모르겠으나 삶의 터전이라 하기는 그렇다.
유배지라는 강진 땅이라는 말로 그 심정을 대신하고 싶다.
일을 한다는 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연만한 고급 인력이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것은 안 좋다.
현업에서 차곡차곡 쌓은 지식과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적정한 선에서 국가 사회와 개인 가정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력투구하여 충성과 기여를 한다는 데는 반대다.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디디는 초년생들도 일과 삶의 질을 따지는 판에 무에소 유를 창조한다는 객기만을 내세우며 임하던 시절 식으로 나선다는 것은 무리다.
일자리를 널려있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몸이 말을 안 들어 다른 일만 저지르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는 어촌 고향을 지키는 80대 노인들 이야기도 씁쓸하다.
강진을 포함한 남도(南道) 나들이를 해 본지도 몇 년이 됐다.
강 선배님을 본다는 핑계거리도 생겼겠다 녹음방초 우거지기 전에 밑반찬이라도 이 것 저것 만들어 갖고 강진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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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