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다 다르다.
천차만별이다.
붕어빵같이 닮은 쌍둥이일지라도 같은 얼굴은 없고, 수십억의 인구가 생존해 있고 그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하였는지 모를 정도이지만 같은 지문이 없고 다르다고 하듯이 비슷한 입맛은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입맛은 없다.
그렇다고 누구 입은 입이고, 누구 입은 주둥이라고 차별화할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내 입맛이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입맛이 있기 때문이다.
얄무김치에 고추장 넣어 썩썩 비벼서 먹는 삼천 원짜리 비빔밥 한 그릇일지라도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만사 오케이라며 콧노래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등심에 감미로운 소스를 얹어 신선한 야채와 함께 칼질하는 삼십 만원 짜리 성찬을 하고 나서도 못마땅하여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보리밥 한 그릇이 영양가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소고기 스테이큰 한 판이 영양가 넘치는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포식의 즐거움과 영양의 충족이 달라질 것이다.
삼천포 구내식당이 리모델링을 끝내고 세 달 여만에 다시 열었다.
가격도 20% 인상하였다.
고통을 함께 감내하자고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가장 기본적인 주식인 밥값을 한 번에 그렇게 왕창 올리다니 불만이 많을 것 같다.
이유야 있겠지만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억제했다가 리모델링을 기점으로 하여 인상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함바 식당과 비교하여 형평을 맞추기 위하여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없어 올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유 불문하고 너무 올렸다.
미당 선생은 값을 떠나 기분이 좋다.
몇 만 원짜리 외식보다는 몇 천원에서 몇 백 원 짜리 내식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렇다.
식당 리모델링 기간에 점심을 외부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해결했다.
여기 도시락은 알아주는 편이라고 한다.
해안가인 삼천포와 고성에 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단위 발전소 단지인지라 식수 인원도 많고, 식당들도 많다.
지역 토호라고 해서 섣부르게 식당 영업을 했다가는 얼마 못 버티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외식 입맛이 아닌 것은 여전했다.
도시락 내용이 뭐든 약먹듯이 먹었지 기다려지는 것은 아니어서 버티느라고 욕봤다.
시월의 첫 점심은 기대가 됐다.
신장개업한 식당도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배식 코스가 전과 달라져 좀 복잡하긴 했지만 바로 익숙해질 것이다.
다른 조건은 외부로 표시가 나기 때문에 확인이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식사의 질이었다.
합격이었다.
올린 가격만큼 가치도 하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흐뭇했다.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점심 잘 먹었다. 걱정을 했는데 이제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여직원이 웃으면서 자기는 잘 모르겠다면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시락만 못하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했다.
거 참 이상했다.
미당 선생이 볼 때는 도시락보다는 구내식당 밥이 백 번 나은 데 그게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니 이상했다.
입맛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각자 좋은 대로 먹으면 되는 것이니 둘을 갖다 놓고 저울질하며 비교 분석할 것은 아니지만 별 일이었다.
같은 건을 놓고 정반대 편에 서서 자기가 옳다고 하는 것처럼 같은 밥상을 놓고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다니 젊은 여자 영양사나 위탁업체 사장도 어떻게 하면 식객들을 많이 끌어올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대전 향촌 집 앞에 가면 여고 옆으로 식당가가 있는데 종류가 많다.
그런데도 식당마다 나름대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입맛이 없으시다고요.
배부른 투정부리지 말고 그럼 밥맛으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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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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