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형이 서울에 있는 경기대학교에 다녔다.
그 대학에 합격하였다고 했을 때 이상했다.
서울에는 일류대라고 하는 서울대와 이류대라고 하던 연고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경기대라니 처음 들어보는 학교였다.
더 이상한 것은 동네 어른들의 반응이었다.
경기대라면 경기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초일류급 대학교여서 군수님과 경찰서장님도 오시어 축하해주는 동네잔치라도 벌여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조용하고 무관심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못 견디게 궁금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다가 바로 잊어버렸다.
얼마 후에 서울에 갔을 때 그때 그 일이 떠올라 확인을 해보고는 웃었다.
충정로던가 북아현동인가 광화문에서 신촌 쪽으로 넘어가는 나지막한 고갯마루에 경기대라는 팻말이 있어 친구한테 그 학교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조그마한 4년제 단과 사립대학이라고 하여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종합대학으로 승격도 하고, 모든 대학이 몰려드는 학생들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던 시기에 수원 어디론가 이사를 하여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떤 규모의 어느 수준의 대학인지 모르지만 별다른 관련이 없으니 깊은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다만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고 오가다 그 대학 역이던가 그 대학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던가를 본 것 같긴 하다.
오늘 그 대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파이팅과 장하다는 응원도 하고 싶다.
대학이나 학생들 자체로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기숙사를 의료 응급시설로 내놓았다는 기사가 났다.
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명문대학 이상의 명성을 얻고도 남음이 있다.
아니, 머리 좋아 이해타산이 빠른 것보다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이웃에 보탬이 되도록 나서는 것이 훨씬 더 훌륭한 행보라고 칭찬하고 싶다.
학생, 학교, 행정당국에도 그보다 더 유익하고 바람직한 산학협동(産學協同)은 없다고 종일이라도 동네방네 소리치고 싶다.
함께 반성도 하고 싶다.
큰일났다고 소리만 치거나, 뭘 달라고 보채기만 하거나,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두덤덤하거나, 잘못 한다고 규탄만 하거나, 나는 애국자이고 너는 매국노라고 디스만 하지 말고 솔선수범했으면 한다.
하라는 대로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자세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조기에 진압할 수 있거나 손실이 발생한다 해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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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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