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대전의 갈마(葛馬) 박(朴)이 등장했다.
나이도, 직업도, 상황도 거의 닮은 꼴이다.
시차에 따라 분위기만 다르다.
음주 운전이 대충 통했고, 단속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과 다르다면 다르다.
세상이 발달하고, 사람들 머리가 깨였다.
주변 환경과 여건이 그러니 그러면 안 된다는 데도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둘은 세대가 다르다.
한 서당에서 동문수학한 동자들도 아닐 텐데 대전과 청주에서 두 띠동갑 차이가 나는 쌍둥이가 나타나다니 묘한 일이다.
그때 그 시절이다.
이(李) 후배가 박 후배를 보고 실실 웃으면서 혀를 찼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당사자 박이 다 말했단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니 자랑이라도 하듯이 떠벌린 것은 아닐 테고 대수롭지 않게 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박이 운전하여 귀가하다가 편도 4차선(?)인 계룡로 서대전 육교 위에서 깊은 잠이 들었단다.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이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술이 주범이었다.
만취하여 육교를 넘어오는데 도로 정체가 되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단다.
가뜩이나 정체되는 상황에서 차 한 대가 육교 한복판에 떡 하고 버티고 서 있으니 야단법석이 났을 것은 안 봐도 훤하다.
고발 고소 신고 정신이 지금처럼 투철하던 시기가 아니었지만 여러 사람이 다가가 차창을 뚜드려도 못 일어나고 코를 드릉드릉 골면서 기분 좋게 자더란 것이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가 되고 출동했단다.
강제로 차 문을 열어 박을 끌어내리고 차를 대신 운전하여 육교 아래 가장자리에 세워 놓고는 어떤 조치를 했단다.
어떤 조치이고 어떤 결과였는지는 말이 없었단다.
유사한 그런 경험이 또 있었음 직한 박인지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여 별일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유력한 기관의 같은 공직자 신분으로서 상부상조(?)하는 정신으로 흐지부지됐는지 또는, 지금처럼 공직자 윤리 상태가 형편없어 가중처벌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그러니라 하고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하여 일을 잘하면서 여전히 탁각으로서의 행각이 이어졌다.
박을 만난 지는 오래됐다.
정년퇴임을 하여 고향인 금산에서 텃밭을 가꾸며 쌓인 노독과 주독을 풀어내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는 전갈인데 서대전 육고 사건 뒤로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 말라는 것을 청개구리처럼 일부러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작심하고 뭔가 튀는 짓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생활 자체가 그런 식이다.
무슨 일을 저질러도 크게 후회하는 일이 없었고, 남들도 그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곤 했다.
다 지난 일이다.
세상은 그리고, 사람은 일거에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청주에 박의 후예가 나타났다.
너그럽게 애교로 봐줘야 하나.
시범사례로 일벌백계하여 경종을 울려야 하나.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시점에서 벌어진 불상사인지라 시간이 가면 없었던 일로 되듯이 무사하진 못 할 것 같다.
핫 이슈로 등장했다가 잦아드는 그러나, 언젠가는 척결돼야 할 문제라고 하는 아파트와 땅 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허탈함과는 다를 것이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모르지만 재테크 공방을 벌이는 것은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풍문으로 들었소나 하등의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나 다 부적절하니 심사숙고하여 절제된 생각과 행동이 되었으면 한다.
이단공단(以短攻短) 식으로 언쟁하는 모습은 난형난제다.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해야 하는 처지거늘 뭐 잘 한 게 있다고 그렇게 세상 무너지거나 천지개벽하는 것처럼 소란을 피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 M 본의 정&문이 오후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면서 웃던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다.
자신들도 못 하지만 선배들이 지나치는 말로 늘 그랬듯이 좀 어렵더라도 강남에 땅 한 평이나 허름하다고 하던 은O 아파트 하나 잡아 놨어야 하는데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는 지금은 놓친 고기가 크다는 것밖에는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귀재라면 몰라도 월급쟁이나 조그만 자영업을 하면서 가족 거느리고 살아가기도 힘든 판에 부동산 투자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냈지만 결국은 해야 했다는 후회를 하는 것이 그러나, 못한 것을 두고 지금 와서 어쩌겠느냐며 세상 다 섭렵한 도사처럼 행세하는 자신들이 우습다는 것이었다.
주식 공모를 하면 수백 조나 되는 돈이 흘러 다니고, 그렇게 오를 일이 가치가 없는데도 천정부지로 올라 몇 배 오른 아파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 하다가 당연히 오르게 돼 있는 세금을 폭탄이라고 그건 안 된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강자들의 재테크를 부러워하기보다는 저주스럽게 여겨야 하는 약자들은 어떤 돌파구가 있을 것인지......,
그런 걸 따질 형편은 아니나 내가 몇 분위 안엔 드는 고소득층이냐, 중산층이냐, 서민층이냐를 놓고 생각에 잠기는 것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샛길로 빠졌다.
한밤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곯아떨어진 것이나 새벽같이 일어나 안 해도 될 생각을 하는 것이나 오십보백보인가.
하지만 달밤에 체조하거나 새벽에 부산떨 여건도 안 되니 그렇게라도 걸어야지 그나마도 없으면 또 다른 문제가 일 것이다.
대전 박과 청주 모모 이야기를 하다가 정답이 없는 땅과 집과 돈 이야기로 빠진 것이 우습다.
그러나 그게 개개인들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현실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편안하고 좋게 생각하면서 넘어가야지 업되거나 다운되다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웃고 울어야 하는 초보 주식 투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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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