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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그런 소리가 나올 줄

by Aphraates 2022. 6. 26.

아가야, 싸우지 마라.

싸우면서 커갈 때는 이미 지났으니 쌈하면 아프다는 것을 알거라.

아가야, 생각 좀 해라.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을지라도 만고불변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니 때로ᅟᅳᆫ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전략도 필요한 것이다.

아가야, 이리 해봐라.

숟가락 하나 없이 제금나 달동네 월세로 시작해서 허리띠 졸라매고 밤낮으로 일하여 산 중턱 판자촌의 전세로, 거기에서 다시 남부여대에 줄줄이 사탕의 아이들 손잡고 피눈물 나는 빵이 고마운 막다른 골목길 다 쓰러져가는 내 집으로, 거기에서 또다시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없는 이삿짐 챙겨 끌고 다니며 이 동네 저 동네로 동가숙서가식하며 부부방과 아들들 방과 딸들 방이 딸린 허물어져 가지만 좀 더 큰 집으로, 거기에서 수십 번의 이사는 괴롭다며 이번은 정착하겠다고 마지막이라며 남들 하는 대로 주택 부금의 아파트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른 모모처럼 해보면 안 되겠느냐.

아가야, 어려워도 참아라.

네 아비 어미는 너희가 겪는 고통 정도는 일상적이어서 누워서 떡 먹기요, 식은 죽 먹기였다는 것을 알아라.

아가야 웃거나 성질내지 마라.

쌀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지 왜 그러셨느냐고 철딱서니 없는 말은 안 하겠지만 가엾은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냐고 원망은 하고 싶을 것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이어지는 고조-증조-조부 할아버지 때나 통하던 이야기를 달 정복한 지 반세기가 넘은 21세기 초에 꼭 안 집어내셔도 다 아는 것을 두고 그리 말씀하시는 것은 주야장천 근심 걱정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니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아가야, 왜 모르겠느냐.

아가들이 뜻하는 바대로 다 해주지 못하여 칭얼댄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메마른 젖샘을 어찌할 것이며 털어봐야 먼지밖에 안 나는 호주머니를 어찌 하겠느냐.

다만 남들 하는 대로 영끌을 안 하면 세상 뒤지고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압박에 눌려 아파하는 너희를 보는 것이 서글퍼서 그런다.

주택 보급률은 104.5%를 넘어 더 이상 확충은 필요치 않을 수도 있어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된다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어찌하여 우리 아가는 영끌에 신음하는 것인지 안타깝구나.

<‘영끌로 꼭지에 산 집 때문에, 저희매일 싸웁니다> 라는 타이틀의 H본 기사를 보고 그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라고 청하면서 세상을 아파하는 아가들을 달래주고 싶어서 그랬으니 곡해는 하지 말아라.

그런 소리가 나올 줄 알았을까, 몰랐을까.

다들 알았겠지.

그럼 왜 그때 아무 소리가 없다가 지금 스멀스멀 나오는 걸까.

고통 분담 차원에서 아무 말 안 하고 꾹 참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자 불만이 점점 불거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 소리 나올 줄 알았단다.

돈을 타간 사람들은 많이 타갔단다.

저런 사람도 돈을 타가야 하는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은 안 줘도 되는데 주니 고맙다고 할 정도로 후하단다.

잘 나갈 때는 돈 잘 벌어서 떵떵거리고, 잘 못 나갈 때는 돈 못 벌어서 동동거리는데 그림이 잘 안 맞는단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냐고 묻는단다.

쥐꼬리만 한 봉급이지만 고정 수입자라고 해서 한 푼도 받질 못하면서도 아무 소리 못 했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이 일 텐데 미리 방지해야 할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단다.

일하든 안 하든 꼬박꼬박 봉급이 나오는 근로자들이 속 편하고, 직원들 봉급날이 가까우면 피가 마른다는 경영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하는 말을 수긍하면서도 평생 돌고 돌아봐야 그 자리에 그것뿐인 근근한 인생들이라고 자학하는 사람들은 무엇인지 저울로 달아봐야 막연히 추정하여 판단하는 것은 오류의 소지가 많다고 한단다.

 

수통골은 만원사례다.

코로나 때문에 부진했던 거 만회하는 거는 시간문제일 것 같다.

차에 밀리고, 사람에 치인다.

한 집 건너 한 집 격인 오리고기 집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카페는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어두운 유리 벽을 통해 엿봐야 한다.

수입 정체로, 물가고로, 감축과 삭감하는 흐름과, 잇단 악재에 몇 호봉 삭감당한 것이 된 사람과 월급봉투가 죄송하다.

잘되는 집이나 그렇지 파리 날리는 집은 내내 마찬가지라며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하면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너희는 좀 형편이 나은 편이니 좀 참으라고 하면 긍정도 부정도 없이 고개숙이는 것을 보면 동병상린을 느끼는 것 같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결국은 공생공존(共生共存)의 묘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니 어느 편에 있든 간에 그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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