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일 것이다.
칠갑산 인근의 구봉 금광 광산 아래 위치한 사양(斜陽)변전소 근무 시절이다.
K본에서 우연히 시작한 가족 찾기가 프로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일어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감격과 통한의 눈물로 지새는 한민족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관심을 두고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낸 민족상잔의 6·25 동란으로 헤어진 남북 이산 가족 찾기의 시발이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자 자연적인 흐름으로 공감대 가 형성된 역사적인 산물이었다.
40년이 지났다.
마무리되지 못하고 지금도 이어지는 그 여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당시 잃어버린 30년이라 했다.
1983-1953=30이라는 계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생이별의 아픔을 말하는 것이었다.
무명의 설(薛) 가수가 일약 대 스타로 만들어져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노래는 계속해서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고생하지 않고 사연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데 그를 순수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사람 사는 게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탄식을 하게 된다.
육십령(六十嶺) 터널이 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호남의 전북 장수와 영남의 경남 함양을 가로지르는 십 리 정도 되는 긴 터널이다.
미당 선생이 삼천포에서 삼 년 살면서 숱하게 오가던 소백산맥의 덕유산 길이다.
육십령 지명 유래는 산적을 피하여 60여 굽이를 넘으려면 60명 이상이 무리를 이루어야 가능하다는 데서 붙여졌단다.
60년이 다 돼 간다.
칠갑산을 뒷산으로 하여 낳고 자라서 칠순에 이른 아그들이 미당국민학교를 졸업한 해가 1966년이니까 2026년이면 졸업 60년이 되는 것이다.
유수와 같은 세월이라던가 인생무상이라던가 하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세월이다.
그리움과 추억과 귀소본능만으로 그 감개무량을 다 말할 수 없는 소중하고도 소중한 인연(因緣)이다.
어제는 오는 8월 15일 모교에서 갖기로 한 2022년 미당초등학교 8회 정기회 모임을 앞두고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그리운 얼굴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봤다.
일찍 잃어버린 얼굴도 있고, 오랫동안 잊혀진 얼굴도 있고, 어디에서 어찌 살고 있는지 모르게 숨어든 얼굴도 있고, 만나면 깊은 우정의 표시로 짜그락거리기 얼굴도 있고, 이름과 모습이 가물가물한 얼굴도 있다.
이럴 때는 맨발로 달려와 이런 들 어떠하리 저런 들 어떠하리 하는 하여가를 부르면서 동심(童心)으로 돌아가 동심(同心)을 기뻐하면 좋을 텐데 쉽지 않다.
맘은 굴뚝같지만 연기를 피울 수 없는 아궁이도 있는 것이고, 굴뚝도 아궁이도 필요 없는 아파트도 있는 것이니 뭐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30년이라던가 잊혀진 60년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더 늦기 전에 만나서 회포를 풀면서 조용한 뒷길로 그리운 60년의 길을 가는 것도 참 잘 사는 길인데 다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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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