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을 꿨다.
꿈을 여간해서 안 꾸는데 꾼 것도 이상하고, 어쩌다가 꾼 꿈 내용이 또렷한 것도 이상하다.
어쩌다가 꿈을 꿔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이 꿈을 꿨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이 밤은 안 그랬다.
기억에 생생하다.
그만큼 널널한 것이었거나 궁지에 몰렸었거나 한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 기분 좋은 꿈이 아니었다.
쫓기는 답답한 꿈이었다.
무슨 시험인가 열심히 봤다.
잘 안 풀렸다.
무슨 문제인지 파악도 안 될 정도로 어려웠다.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데 미당 선생만 그랬다.
옆에 앉은 누군가는 문제를 다 풀고 시험지 제출하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반의반도 못 푼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옆 사람한테 좀 보여달라고 하지 힘도 안 들이고 한 문제만 볼까 말까 한 시간만 시험지를 열었다가 이내 닫아버리고 모른 체 했다.
그 와중에 깜빡 졸기까지 했다.
졸다가 깜짝 놀라 깨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시험지를 다 제출하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선생님(감독관?) 이미 시험지를 다 갖고 시험장을 나가버린 다음이었다.
못 푼 문제를 눈감땜감으로 체크한 후에 시험지를 들고 허둥지둥 복도로 뛰어갔다.
마침 마주친 반장(상사?)한테 내 시험지는 제출이 안 됐다며 대신 제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난감해하면서 시험지를 받아서 들고 시험본부 쪽으로 갔다.
이래저래 안 좋았다.
속이 안 좋아 금방 쏟아질 거 같아 화장실로 뛰어갔다.
만원이어서 들어갈 순번을 기다리며 몸을 뒤틀다가 왜 그러느냐고 빙그레 웃는 후배 노조 지부장을 보고 뭐라고 막 하다가 잠이 깼다.
끔보다는 해몽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길몽은 아닌 듯하다.
흉몽이라고 봐야겠다.
길흉을 점치는 것은 체질에 안 맞으나 오늘 매사에 조심해야겠다.
안 좋은 꿈이었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운명적이어서 피할 수 없는 도전이라면 응전을 잘해야 한다.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항상 유비무환으로 살아야 하지만 그러자면 다른 데서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어 일일이 좋고 안 좋은 것을 가리고 대응하는 것에 연연할 수만은 없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적절한 대처는 늘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언제 어디서든 길흉은 반복되리니 흉은 간단한 액땜으로 그치게 하여 전화위복으로 삼고, 길은 행운으로 기려 확대재생산 하는 계기를 만드는 잘 사는 슬기로운 지혜가 될 것이다.
뭐에 쫓기나.
곰곰 생각해봐도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있다면 어제저녁에 앵커가 전한 세월호와 영상으로 본 노란 리본이 아닌가 싶다.
삼천포에 살 때 먼 거리를 달려 진도 팽목항으로 가 먼바다를 바라보면 불쌍한 영혼들에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기도드리며 둘이 눈물을 흘린 뒤로 잊고 지낸 것에 대한 꾸중인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것은 모르겠다.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청한다.
그리고 오늘 온 고을 전주 성당의 소화 데레사 수녀님과의 미사 봉헌에서 다시 한번 저승의 불쌍한 영혼들과 이승의 아픈 사람들을 당신 품 안에 안아주시라고 기도드려야겠다.
뭐에 쫓기는 흉몽을 사뿐사뿐 걸어가는 길몽으로 덮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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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