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스템적이니 법과 원칙이니 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일정한 룰에 따른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공평무사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다 아는 사실을 갑자기 새삼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좀 그렇다.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한 점 의혹도 없이 정확하게 잘해서 신뢰와 실리를 얻겠다는 희망 사항이기도 한 것 같다.
전후좌우 사정을 다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당사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잘 돼야 한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어느 수준까지 오른 상태이다.
스쳐 지나가는 일과성 바람이 아니어야 한다.
다급한 김에 우선 살고 봐야겠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토로하는 아니었으면 한다.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뵈는 게 없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안정돼가는 초석을 앞으로 더 갈고 닦아 좋은 선례를 남기고, 그를 굳혀 미래와 발전을 기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는 ESS 건설 현장을 방문하신 내빈을 모시고 SAT(현장인수시험)가 진행 중인 감시실(중앙통제 제어실)을 찾았다.
각종 장비 가동 소리, 신호음, 대화와 전화 소리 등등으로 요란했다.
관계자들은 그런 것에 이미 익숙해졌는지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현장 방문객들은 대부분 놀란다.
첨단 설비의 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들 열심히들 하는데 귀를 막고 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없어 내색을 안 하고 격려를 하는 편이다.
거창한 설비에서 그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주간사인 H 사의 P 책임 님의 진두지휘 아래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관계 회사의 기술진과 관계자들이 요소별로 배치되어 있다.
AI 수준에 가까운 운용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여 설비 현상을 파악하고, 쏟아지는 각종 정보를 교환하면서 운전 실험을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다.
그런 게 바로 시스템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자주 거론하는 사람들도 이런 곳에 와서 시스템적이라는 것이 뭔지 직접 체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적인 것은 현장만이 아니었다.
대전과 전주에서 오신 YB와 현장의 OB가 한자리에 모여 공사 현황을 파악하고, 안전을 체크하고, 앞으로의 공정을 토의하는데도 신중하면서도 화기애애하게 시스템적으로 돌아갔다.
재작년 연말에 허허벌판인 지리산 자락에서 첫 삽을 뜰 때는 어수선하고 아득하여 일이 될까 싶었다.
겨울-봄-여름-가을-겨울이 가며 1년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현장 실체를 보면서부터는 시간이 말해준다는 소리가 나왔다.
시작이 중요하다, 첫술에 배부르겠느냐 하는 속담의 뒤범벅이다.
인고의 날들이었다.
오늘이 저절로 그냥 온 것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다.
좀 무리하다 싶은 정도로 강행군이었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만만한 조건이 아니었으나 역행(力行)은 계속됐다.
고정되거나 변경된 시간 계획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력과 물자와 장비가 투입되어 유기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안갯속에 높다란 산이 보이듯이 거대한 설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피와 땀과 눈물이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간 덕분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스템적이어야겠다.
어제 커피 타임에서도 잠시 이야기가 있었지만 매사가 주식과 비슷하다.
올랐을 때는 기분 좋아서 안 먹어도 배부르고, 떨어졌을 때는 기분 나빠서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다.
주식은 끝나고 손을 털고 나와야만 성패가 가늠된다.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앞서고 뒤서고 하는 것이다.
조금 올랐다고 해서 헤헤거리며 기고만장하고, 좀 떨어졌다고 죽을상으로 의기소침하면서 일희일비하면 몸과 맘만 상한다는 결론이다.
다 마무리하고, 적절하게 실험하고, 시운전을 마친 후에 상업 운전을 할 수 있는 키를 넘겨줘도 A/S를 해야 하는 것이 공사임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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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