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미사 참례를 위하여 성당에 다가다 같은 통로에 사는 생선장수 사장님을 만났다.
승강기에서 주차장까지 걸어 나오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 분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오정동 농수산시장에서 바다 생선 소도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주 마주칠 기회는 없고, 교류도 없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승강기와 중형 트럭 언저리에서 가끔 만나면 가벼운 이사를 나누는 이웃이다.
연배는 미당 선생보다는 약간 연하이다.
그 분이 먼저 인사를 하셨다.
15층) 성당가시나봐요. 어디 멀리 가 계시다면서요. 건강하시지요. 퇴직한 지 한참 되셨는데 다시 이를 하신다는 것이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6층)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은 남원에 있는데 초여름쯤까지 있을 듯합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는 덕택이지요. 늘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장사는 어떠신가요.
15층) 형편없습니다. 돈 버는 것은 고사하고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최악입니다. 통 돈들을 안 쓰세요. 그만둘 수도 없고, 수지타산이 어떤지도 모르고 깡으로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6층) 그러시군요. 그 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다들 어렵다고들 하시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러기야 하겠어요. 좋아질 때가 있겠지요. 그 때를 기다리며 참고 견디며 이겨내야지 어쩌시겠어요.
15층) 일하고 돈 버는 것이 항상 기복이 있으니 늘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너무 힘듭니다. 요즘 같아서는 얼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평생 해온 장사인데 접을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6층) 그러시겠지요. 하여튼 응원하니 힘내시자고요
성당 가는데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엄살이죠.
안 밑졌다고 하는 장사 없잖아요.
너무 그러지 맙시다.
그런 조크와 함께 미워도 다시 한 번이나 꿈이여 다시 한 번도 있으니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농담을 건넬 수도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노랫말 이야기가 아니고 삶의 생생한 모습인데 그리 가볍게 얘기하는 것은 결례이니 다른 방법으로 공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것이 떠오르질 않아 평소 하던 대로 “먼저 갑니다. 담에 뵙지요” 하는 인사로 끝냈다.
그나저나 못난이 사과와 대파가 천방지축이라고 하여 까불지 말라고 한 마디 한 것이 엊그제였는데 오늘은 미련 맞은 호박텡이가 되기 전의 애호박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여 날뛴다는 기사가 실렸다.
안 보고 안 겪어봐서 그렇지 미치지 않은 것이 별로 없고, 안 미친 것이 비정상이라는 말까지 도는데 그거 참 대단히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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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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