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을 이탈하면 그 자리는 무효다.
말 잘 들어 이쁜 사람만 추려내기 위해 줄을 세우는 것은 의미가 적다.
줄을 서자는 것은 서로의 약속이다.
질서 유지 차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별다른 거부감없이 일상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하나의 습관처럼 돼야 맞다.
그런데 자기 맘대로 줄서기에 끼어든다던가 줄을 이탈하여 자기 볼 일 다 보고 와서는 자기 자리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얌체족은 환영받지 못한다.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줄을 서서 묵묵히 기다린 사람을 욕되게 하는 거다.
다만 이런 정도는 너그럽게 봐주는 여유는 필요하다.
알바생을 세워놓거나 심부름센터에 의뢰하여 대신 줄을 서게 한다.
그게 어려우면 책가방이나 “여기는 내 자리”라는 종이쪽지 한 장이라도 자리에 놓고 줄을 이탈했다가 돌아와서는 슬며시 엉덩이를 디밀며 양해를 구하는 제스처라도 취한다.
그런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지 무슨 헛소리냐며 저 끝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너무 삭막하다.
발전소 구내식당에 가면 대개는 긴 줄을 선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끼니때가 되면 배식 시간에 맞춰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처음 나오는 푸짐한 식사가 좋지 밥이고 반찬이고 닥닥 긁어야 식판을 채울 정도로 부실하면 밥맛이 좋을 리 없다.
주어진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하여 “일은 뒷전이고 밥 먹으로 출근했는가” 라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위축되지 않고 꽂꽂 장수가 되는 것은 아름답다. 하기는 그렇지만 보기 안 좋다고 눈 흘길 것은 아니다.
구내식당 입구에 화장실이 있다.
줄을 섰다가 슬면서 자리를 떠나 작은 집에 다녀올 때가 있다.
다녀오고 나면 입장이 좀 어색하다.
줄 끝과 서 있던 자리가 그리 먼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만 몇 명이라도 뒤로 하고 원자리로 들어가려면 누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이고 뒤통수가 근지럽다.
누구 누군지 잘 모르지만 종로로 갈까요 영등포로 갈까요 하고 머뭇거리는 자리 이탈자를 향해 어서 원자리로 가라고 눈짓한다면 미안함이 덜 하지만 “너,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자” 하고 매의 눈으로 바라보면 “에이, 차라리 맨 끔으로 가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가끔은 식당 줄서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런 미안함을 느낀다는 자체가 준법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니 줄을 벗어나 화장실에 갔다 오는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공주(公州) 후배 박(朴) 의원님이 줄을 벗어나는 모습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어 재밌게 봤다.
<與 “OO, 무성의 필리버스터…화장실 간다면서 소파 앉아 쉬는 의원까지”> 라는 기사다.
특정 정당을 비난하거나 응원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줄을 벗어나 화장실 갔다 와서 원래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퀴즈를 푸는 것 같아 재밌다.
필리버스터 한다고 나섰다가 볼일도 봐야겠고, 자빠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하듯이 자리를 뜬 김에 휴게실에 앉아 시원한 차도 한 잔 마시고며 깜빡 조는 그림도 그리 나쁜 것 같진 않다.
다만 소소한 바람이 있다.
의원 생활도 잘하고, 필리버스터 역할도 잘 했으면 하는 것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잘 하려고 할 거 없다.
물 흐르는 대로 하면 된다.
잘하면 칭찬받아 계속 잘 하고, 못 하면 혼나고 잘하면 된다.
세상 금방 무너지는 것처럼 발 동동 구를 거 없다.
여유와 낭만 있게 하는 게 멋지다.
뭐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으르렁거리는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자기 밥그릇을 채가도 헤헤거리며 웃는 여수 새끼가 되기도 해야 한다.
새치기.
있을 수도 있다.
얌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다 가끔이어야 한다.
밥 먹듯이 하면 아니 된다.
줄을 이탈했다가 돌아오는 것을 완전 새치기에 무법 질서라고 몰아치는 것은 좀 과도한 것 같다.
세상이 서로 지킬 것은 지키고, 봐 줄 것은 봐주는 식으로 돌아간다면 참 평화로운 세상일 것이다.
그를 어렵지 않게 여기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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