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일화(逍風一話)
어제는 퇴근하는데 대전 칠갑산 모임 향(香? 享?)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안부 겸 이달 모임 참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지 사정상 금요일 점심 모임은 참석은 불가능하고, 기회가 되면 참석할 테니 평소에는 나는 없는 셈 치고 비싸고 맛있는 거 먹으며 잘 지내라고 일렀다.
그러자 회장 왈 돈도 없고, 몸과 맘도 부실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현직에서 활동하는 내가 부럽다고 하였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큰 탈 없이 씩씩거리며 일하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며 재밌어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동창회만이 아니라 다른 모임도 열심히 나가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밖으로 좀 움직이고, 온다고 말만 하지 말고 격식 차릴 거 없이 편안하게 대천 바닷가에 소풍 와서 생선회도 먹고 먼 푸르른 바다를 향해 고함도 지르자고 하였더니 좋다고 하였다.
물론 몇 차례 그랬듯이 뭐가 그리 걸리는 것들이 많은지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어린 시절 또는 학창 시절에 밤잠을 설치도록 가슴설레이게 한 것이 있다.
그중의 둘이 운동회와 소풍이 아니었던가 한다.
그때 그 시절과는 거꾸로 가는 나이인 지금도 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격하게 하는 운동회는 아니고, 멀리 떠나가는 여행은 아니더라도 피곤한 마음을 순화시키고 고단한 삶의 여정을 북돋우는 데는 운동이나 여행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갈수록 그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단다.
운동회과 소풍을 기피하는 경향이란다.
운동할 시간에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고, 소풍 갈 시간에 입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봉사활동에 나가야 하는 처지기이기 때문이란다.
거기에다가 학생 인권과 교권 수호 문제와도 연계돼 있단다.
학생을, 교사를, 시설......,
뭘 감시 보호하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CCTV가 곳곳에 설치돼 돌아가고 있단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경찰이 교내 출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절과는 달리 무슨 일이 벌어지면 112와 119에 신고부터 하고 보는 형편이란다.
야외 학습, 현장 실습, 소풍, 수학여행......,
그리움과 추억이 묻어나는 아주 좋은 것인데 기피하고 있단다.
답답한 학교에 걷혀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속박에서 벗어나 다만 며칠이라도 호연지기를 키우는 데는 그런 항목만 한 것이 없는 잘 안된다.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학교와 교사 책임이고,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는데 나 좋자고 하는 것들도 아닌 것을 찾아서 할 이유가 없단다.
참 무미건조(無味乾燥)하다.
학교에 운동회와 소풍과 MT가 없다니 이건 정말로 앙꼬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너무 앞으로만 달려오다 보니 그런 후유증도 벌어지는 것인데 그에 굴복하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애들 사고 나면 교사는 감옥 가요"… 수학여행 줄어든 이유 있었다> 라는 기사가 우리를 울적하게 만든다.
학교는 학원이 아닌데 안타깝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안 됐지만 좋은 것은 좋다. 하지 못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딱하다.
https://youtu.be/nNDZoTWEoFo?si=KDjKon7t_CEgr4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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