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챙겨, 건강

Aphraates 2020. 9. 18. 06:53

대학병원 정기 진료를 받기 위하여 하루 휴가를 내고 올라오는데 전화가 몇 통 왔다.

오랜 친구들의 오랜만의 전화였다.

어지간하면 전화고 연락이고 안 하는 요즈음 무엇이 통했는지 통화를 하게 되어 반가웠다.

 

먼저 서울의 OO친구 Y였다.

안부 인사를 나누고는 서로 근황과 다른 고향 친구들의 이야기를 했다.

내내 교대 앞 그 자리에서 처음 시작한 자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친구다.

좀 더 번창하여 큰 사업을 일으켰으면 하는 친구의 바람이 있지만 큰 기복 없이 꾸준히 가게를 이어오는 것도 복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운영 중인 가게는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개점휴업상태인데 친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누가 잘 못 해서 그런 것도 아니니 참고 견딘다고 하여 듣는 친구 든든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소원하단다.

전에는 종종 만나곤 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교류들이 끊기더니 이제는 어떻게 사는 것조차도 잘 알 수가 없단다.

다만 건강이라면 자신하던 M이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친구로서 무슨 도움도 못 주고 안타깝다고 하여 금시초문이라서 놀랐다.

미당 선생은 주어진 대로 또, 친구가 아는 대로 재취업하여 잘 지내고 있다면서 갈수록 좋아질 리는 없으니 건강 챙기면서 없더라도 여유롭게 살자고 당부하였다.

친구는 만나도 전처럼 술잔을 기울일 수는 없지만 추석 날 아침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며 회포를 풀자고 약속했다.

 

다음은 대전의 박사 친구 S.

테크노 벨리의 친구 L과 함께 가끔 만나 오붓한 시간을 가졌을 텐데 그 놈의 코가 때문에 만나지 오래 됐고, 앞으로 언제 만날지 기약도 없다.

셋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벽하게 지켜야 하느냐는 의문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다들 마찬가지로 단추 풀어 놓고 거리를 활보할 테니 그건 안 될 말이니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다.

그간 간간이 하던 연구 활동도 중단한 채 노친네 둘이서 방콕에 열심이라며 웃었는데 1주일만 집에 함께 붙어 있으면 싸움 한바탕 한다는 청춘들과는 달라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상황이 바로 끝날 거 같지는 않으니 서로 건강 잘 챙기고 나중에 만나자는 이야기로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 다음은 재취업하였다가 다시 일선에서 물러난 대전의 P 친구, 재취업했다가 건강이 안 좋아 자택 요양 중인 논산의 H 친구와도 약간의 텀을 두고 연달아 안부인사를 나눴다.

등산하다가 넘어져 발에 깁스를 하셨다는 S 글라라 자매님과도 나이 들어서 왜 넘어지시고 그러느냐는 농담으로 위문 메시지를 나눴고, 갈수록 고통스러워하시는 J 후배 문인에게도 제발 그러고 있지 말고 예전처럼 벌떡벌떡 뛰어다니라고 간절하게 소망하기도 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인사를 나눠보긴 근래 들어 처음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만남과 작별 인사는 챙겨, 건강이었다.

빈말처럼 늘 하는 인사이지만 그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깊이 실감하는 처지이니 앞으로도 더 많이 그 인사를 나눌 것 같다.

 

그러나 저러나 대전에서 소맥폭탄 특공대 작전도 펼쳐진다.

오늘 작전도 비밀작전이고, 작전명도 무제(無題.

미당 선생이 병원 진료가 끝나면 후리하다면서 내일 청양 벌초하러 안 가도 된다고 슬쩍 운을 떼어 바람을 잡았더니 즉각 작전 계획이 수립되고 수행에 들어갔다.

아직 전국적인 전황이 호전됐다고 하기에는 이르므로 전시상황을 잘 살펴가면서 역설적으로 움츠렸던 것에 기지개를 펴며 챙겨, 건강구호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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