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58

Aphraates 2020. 9. 30. 03:42

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하고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라면 등단을 하고, 작품을 발표하고, (수필, 소설, )도 출간하고, 문단 활동도 하는 프로로 알고 있지만 그러지 않고도 즐겁게 지내는 쎄미 프로가 많다.

구분할 것은 아니나 굳이 구분하자면 미당 선생은 전문가적 아마추어이자 아마추어적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쎄미프로다.

 

회원으로 가입한 문단에 가보니 유달리 개띠가 많았다.

40대 초반의 남자 직장인들과 전업주부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다.

끼가 있는 문학 소년 소녀였지만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그 길로 가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갔다가 원했던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문학인의 길을 찾아 기웃거리는 예술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다가 본인도 그 과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익숙해졌을 때 시 낭송회와 소연에서 여기는 왜 이렇게 개()판이냐고 물었더니 대답하는 데 공감이 갔다.

남자들은 사회활동을 서서히 자아를 찾아가면서, 여자들은 가정사와 아이들 문제에서 안정을 두면서 예전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문학 활동을 하고 싶어서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판이 됐다는 것이었다.

 

58년생이지만 그 당시는 40대의 청춘들이니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58살은 다르다.

현재 58살이라면 1962년생이다.

이미 현업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막바지일 테니 노년층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쪽으로 비켜서거나 뒷방으로 물러날 판에 전면에 등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간단하게 말해서 서프이즈(Surprise, 놀라움)이다.

 

서울시 9(서기보) 공채 시험에 그 58세 응시자가 당당하게 합격했단다.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수습 기간을 포함해도 길어야 3년 정도 일텐데 그런 길을 택했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고 어찌하여 그런 길을 택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든 간에 인간승리다.

파이팅을 함께 외치고 싶다.

그보다 더한 독종도 있지만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 그들도 파이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년에 해상 케이블을 타면서 미당 선생을 보고 친구는 그 나이에 일하러 삼천포에 왔다는 자체가 침해라면서 독한 사람이라고 하던 압구정동 친구가 생각난다.

잘 나가다가 미끄러져 고생하고 있는 58년 왕십리 가수도 재기를 모색하고 있을 텐데 58세에 공시 족에서 졸업한 것은 영광의 탈출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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