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험비

Aphraates 2020. 10. 19. 00:44

공주 땐가 대전 땐가 가물가물하다.

미당 선생의 동네 미당을 지나 부여 세도로 가는 버스 두 편이 있었다.

미당에서 갈 때는 오전이고, 공주에서 올 때는 오후였다.

유학생이자 하숙생으로서 매주 집에 오다시피 했는데 차편은 달랑 그 두 편이었다.

 

그도 감지덕지다.

교통이 훨씬 나은 동네도 있었지만 깊숙한 산속이나 허허벌판으로 맹지나 다름없는 동네도 부지기수여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것만도 황공무지로서이다였다.

 

집에 와도 뭐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집이 좋았던지 모른다.

아니다.

올 때는 좋았지만 갈 때는 싫었다.

조금이라도 집에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를 놓치면 갈 방법이 달리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집에 있다가 갈 수는 없었다.

그저 집과 엄마 품이 좋았는데 그런 막내아들을 맞이하고 보내는 갓 난 엄니의 심정은 어땠을지 내내 모르고 있다가 엄니가 돌아가실 때에서나 조금 알게 됐다.

 

참 기억력도 좋다.

하고 싶은 얘기니 그럴 것이다.

다른 얘기 하느라 또 옆으로 샜다.

 

언젠가 집에 갈 때다.

정산의 큰 고개를 내려오다가 차가 덜그렁거리더니 멈춰 섰다.

조수가 차 문을 열고 먼저 뛰어 내려가고 이어서 운전사가 따라 내렸다.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한 손님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몸을 비집고 밖을 내다봤지만 영문을 몰라 불안했다.

그런데 웅성거리면서 한참 있다 보니 저 멀리 언덕 아래 골짜기에서 운전사와 조수 둘이 차 바퀴를 끙끙거리며 굴려 올라오는 것이었다.

차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차바퀴가 하나 빠져 언덕 아래로 굴러가고, 그를 주어서 굴려 올라오는 것이었다.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가끔 보는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이고, 그 무거운 바퀴를 셋이서 어떻게 굴려 올라왔는지 중장비를 불러야 할 상황이다.

그땐 차가 다 그랬다.

가다가 걸핏하면 푸듯 푸듯 하고 섰다.

운전사와 조수는 차 밑을 들락날락하며 고쳤고, 손님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리곤 했다.

 

미당에서 정산까지는 고개 둘이 있다.

정산 쪽으로 길고 완만한 고개가 큰 고개이고, 미당 쪽으로 짧고 가파른 고개가 작은 고개다.

버스는 고물짜이거나 힘이 없었다.

요즈음 동남아나 아프리카로 번호판 없이 수출하여 거기서는 잘 굴러다니는 폐차 일보 직전 수준이었다.

왕복 1차선인 비포장 그 고개를 넘으려면 골골하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걷는 것보다도 더 느릴 정도로 열악했다.

그나마 그런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양반이다.

큰 고개 밑이 친정인 우리 갓난 엄니는 그 작은 체구에 당신보다도 더 큰 짐을 머리에 이고는 미당 선생이나 동생 손을 잡고 걸어오셨다.

아버지께서 포목상을 하셨으니 돈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런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자체가 싫고 부담스러우셨던 것이다.

 

국산 장갑차 바퀴가 빠져 도망갔다는 기사가 재밌다.

옛날 버스를 떠올리게 한다.

장갑차 바퀴는 탱크처럼 체인 벨트식이 아니고 일반 자동차 바퀴형이어서 그런 불상사가 발생한 것 같다.

 

누군가는 빠진 바퀴를 보고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일 것이다.

어떻게든 짚어볼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무기 개발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개선하고 개량하여 고쳐나가면 된다.

설계와 제작에서 문제가 있다면 원천적으로 바꾸고, 과정이나 운영에서 문제가 있다면 풀어나가면 되는 것으로 얼마든지 난제로 안 놔둘 수도 있다.

단단히 붙어서 규정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빠져서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바퀴라면 새끼가 새끼를 치듯이 문제가 문제를 낳도록 할 것이 아니라 해결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비단 험비 문제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얼마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 처리하기 나름이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고, 아내는 남편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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