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하나
어느 YB가 퇴직 후 OB 생활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아는 대로, 경험하고 있는 대로 소상하게 말해줬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깨달았다는 듯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끄떡이지만 절실하지는 않을 텐데 나와서 후회막급이라 하지 않고 나오기 전에 나온 후에 대한 관심을 갖고 뭔가는 해보려는 것은 긍정적이다.
퇴직 후 준비니 노후 준비니 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정말로 조금씩 준비를 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아득하고 막막하게 된다.
외길이라면 죽으나 사나 그 길로 가야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러 갈래 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자택일, 삼자 택일, 다자 택일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택일이든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세상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하면서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은퇴자들이나 은퇴 예정자들의 고심이 클 것이다.
가야 할 길이 창창하니 현실성 있는 어떤 길인가는 택해야 되기 때문이다.
만년 백수로 그 오랜 세월을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 일도 안하고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지 못 했던 일들을 하면서 두루두루 여행하며 맛있는 것을 먹고 건강관리나 하면 최상일 것이다.
그 정도면 유토피아라 해도 될 것이다.
하나 물심양면으로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돈이 되던 안 되든 뭔가는 지속적으로 해야지 한두 번 하고 나면 질리는 그런 오락 같은 인생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뭘 한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본다.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에 심취하여 싱글벙글한다.
경로당, 노래 교실, 동사무소 놀이마당에 맛 들인다.
안 벌고 안 쓴다는 기치아래 방콕하며 심신을 수련한다.
물려받거나 비축한 재산을 늘리는데 발품을 판다.
귀농(향)하여 땀 흘려 농사일을 한다.
손자 손녀나 봐주면서 용돈이나 얻어 쓴다.
칼국수집(식당)이나 구멍가게(편의점)를 한다.
현직에 있을 때와 비교하여 한 1/10 정도로 확 줄어든 단순 노동이나,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나, 외판원으로 재취업에 나선다.
전공을 살리고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 상품가치를 높여본다.
만사가 귀찮으니 도적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선후배 또는 친지를 찾아다니며 무위도식하거나, 지나가는 아무 이해 상관없는 불특정의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영양가 없는 sns 댓글 논쟁을 벌이는 재미로 산다.
시간은 바로 지난다.
고민해볼 사람은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Donde Voy/Where I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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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