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왜 난가, 왜 넌 아닌가

Aphraates 2020. 11. 12. 03:41

만화(漫畫, 카툰Cartoon)를 즐겨본 때가 있다.

중학교 때다.

높다란 안테나를 세워야 시청이 가능한 흑백텔레비전이 부잣집에서나 하나둘 들어서던 공주(公州)에서 학생들의 오락이라고는 한참을 걸어가 금강에서 멱감는 것과 만화방에 가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 깊은 백제의 고도이자 교육 도시이니 공산성이나 박물관에 가서 호연지기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화방에 가끔 갔다.

혼자 갈 때도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갈 때도 있었다.

재미있었다.

도서관처럼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어도 영화관처럼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숙집이나 자췻집에서 멀지 않게 여러 개의 만화방이 있었지만 자주는 못 갔다.

만화광도 아니었으나 갈 돈이 없었다.

종일 만화방에 쭈그려 앉아서 당시로는 간식의 대세였던 풀빵을 먹으며 만화를 보려면 적지 않은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정도로 넉넉하질 못했다.

 

대전으로 나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그나마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개인 취향도 아닌 데다가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대신에 값이 비싼 개봉관 일류 극장(시민관, 대전극장, 아카데미, 중앙극장, 신도 극장)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두 편을 볼 수 있는 삼류나 저렴한 이류 극장에 가끔 갔다.

성보, 서대전, 중도, 자유, 동화, 고려, 성남, 대한 극장이 떠오른다.

 

먼화가 멀어졌지만 신문 만화는 꾸준히 봤다.

대표적인 것이 고바우 영감 편이다.

그런데 신문 만화도 점점 시들해졌다.

고바우 영감이 D에서 어디론가 이적해버리고, D도 민족지와 만년 진보 야당지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그저 그런 신문으로 변모하여 관심이 멀어진 것이다.

 

지금은 매일 연재되는 일간 신문 만화도 안 본다.

1주일에 한 번인가 실리는 한 컷 짜리 시사만평을 가끔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 안 봐진다.

불변의 한 사안을 놓고도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청군 백군으로 편이 갈려 다른 모습으로 게재되어 눈길이 잘 안 가진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늘 바라본다는 만화 두 컷이 인상적이다.

달린 주석을 보니 더욱더 감동적이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Why me(왜 하필이면 접니까), Why not(왜 너는 안 되느냐) 하는 내용의 만화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가톨릭으로서 기도하는 중에 들리는 당신의 음성에 응답하는 통공(通功)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른이 돼서, 예술이나 한다는 사람이 애들이나 보는 만화를 그리거나 관련 계통에 종사하느냐고 웃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촉망받는 분야란다.

그를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 아이템이 큰돈이 되기도 한다는데 간단한 만화 한 컷이 촌철살인의 의미와 감동을 준다는 데도 동의한다.

 

아직 말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대세는 끝난 것 같다.

낙선되신 분한테는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당선인께는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린다.

아울러 연속되는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데 귀중한 교훈이 되었다는 한마디처럼 세계 대통령답게 일거수일투족이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당선인이 되도록 이끌어주시라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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