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끼리라서
끼리끼리(group by group)다.
못난이끼리 잘 어울린다.
초록은 동색이다.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알고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 또는, 과부 심정은 과부가 알고 홀애비 심정은 홀애비가 안다.
상통(相通)이다.
서로 극과 극인 것이, 서로 비슷한 것이 잘 어우러진다.
다른 눈으로 볼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둘이는 잘 통한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서로 보는 눈이 애틋하고, 서로 만지고, 서로 위해주며 시시덕거리는 것이 백년지기처럼 죽이 척척 맞아떨어진다.
가끔 보는 모습이다.
미당 선생 내외도 어제 정읍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모처럼만에 옛발자취가 물씬한 정읍에 들려 모자 하나씩 쓰고 분위기에 취해서 동동거리다가 신호등 없는 4거리에서 “꽈당!” 한 것이다.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사람은 안 다치고 차만 손상됐다.
앞이 부딪힌 상대방 소형 차 소나타는 별로 표가 안 나는데 옆구리를 받힌 우리 중형 차 그랜저는 보기 흉할 정도로 찌그려졌다.
출동한 양측 보험사 직원이 상황설명을 했다.
신호등 없는 같은 넓이 도로의 4거리에서는 운전자보호 차원이 우선 적용된단다.
따라서 우측에서 직진하여 나온 상대방 차보다 정면으로 직진하다가 옆을 받힌 우리 차가 더 잘못하여 보험 부담 비율이 6:4 정도 될 거라 설명해주었다.
이론적이고 법률적인 측면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설명인지라 알아듣기 쉽고, 얼른 이해가 됐다.
사고 처리도 원만하게 됐다.
사람만 안 다쳤으면 됐다며 바로 4자(女운전자+男운전자+H보험사+K보험사) 합의를 했다.
보험사 직원들이 잘 했다.
사고 당사자 둘과 일행들도 설명을 듣고는 보험회사에 일임하자며 쿨하게 마무리 하였다.
사고처리가 분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가 아니라 무식하면 겸손해진다였다.
양측이 다 온순했다.
양측이 초짜였다.
사고가 났는데 어떤 조치를 하고,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서로 미안하다는 인사만 하는 초짜들이었다.
그래서 원만하게 사고 수습이 된 것이다.
다른 사고들도 너무 이해득실에 매몰되지 말고 그렇게 순리적으로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비공장으로 가 렌터카에 제법 되는 짐을 옮겨 실었다.
운전하기 서먹서먹하지만 차분하게 호남고속도로를 달렸다.
이상하게도 일몰이 아름다웠다.
어쨌거나 서로가 불찰이라면서 운전을 할 때는 딴전피지 말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며 그만 하기 천만다행이라 스스로를 위안했다.
사고는 잊고 모자점 이야기를 했다.
물어볼 것도 따질 것도 없이 모자 값을 현금으로 지불하자 기분이 좋은지 모자 하나씩을 덤으로 씌워주던 명장과 그가 살아왔을 길을 연상하며 이야기를 하였다.
모자도 모자지만 인생살이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기 위하여 다음에 다시 들리자고 의기투합하였다.
그 때는 가게 옆에 전통 있어 보이는 매운 갈비찜 집이 있던데 거기에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잘못하여 사고를 내고 그를 자랑한다면 주책일 것이다.
하나 그 사고 이면에는 또, 사고 후에 이어지는 전면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그를 굳이 감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다가 일을 낸 것에 대하여 반성하는 것은 무사고를 위한 정보 공유와 유사사고 방지에도 좋은 도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고를 주제로 하여 허심탄회하게 솔직담백한 담소를 나누는 것이 권장 사항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타산지석 정도로 용인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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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