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사모님.
그렇게 부르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정말로 사모님 위치에 있어 일상적으로 그리 불리는 여자들이야 그저 그저 그렇겠지만 여자만 보이면 붕 띄우며 그리 부르는 경우는 다를 것이다.
나를 알아준다는 것까지는 몰라도 뭔가는 좀 인정해주는 것이니 부르는 대로 놔두지 부끄럽게 왜 그러느냐고 손사래를 치지는 않을 것이다.
바람둥이가 수작을 걸기 위하여 접근하는 것 같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듯이 빈말일지라도 높여 불러주는데 싫다 할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사장님.
그렇게 부르면 듣기 싫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아부하는 측면이 없지 않고, 뭔가 알려 먹으려고 저금하는 사기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저히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사람이나 허름하게 보이는 사람한테 그렇게라도 불러준다는 것은 언제 그런 소리를 들어보겠느냐며 쌍수를 들어 환영할 정도는 아니어도 묵시적인 용인을 하는 것은 존재감을 나타내고자 하는 인간 본성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기분 좋아 푹 빠지면 곤란하다.
듣기 좋은 소리에 귀신한테 홀리듯이 끌려가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품새 나는 행색으로 무게 잡고 만났을 때 그렇게 불러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고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헛기침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몸빼나 운동복 차림으로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데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번드르르하게 사모님이나 사장님이라고 부른다면 경계해야 할 것이다.
뭔가 이득을 취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상습적인 수법일 수도 있어서다.
간사한 여우나 포악한 맹수가 정체를 숨기고 사냥 감한 데 살금살금 접근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아무런 계산 없이 호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빈말이나 허위로 사모님이라 부르며 이득을 취했다가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와 관련하여 특정 직업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어느 분야에선가는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앞으로는 사모님이라 함부로 부를 수도 없게 됐다.
관례로 그리 했던 것 같은데 제재를 가한단다.
사모님, 그리고 사장님.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안 좋으나 그렇다고 무조건 믿어도 안 좋다.
그럴 사이가 아닌데 다정하고 감미롭게 부르면 뭔가 복선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겠다.
“사모님, 손 한 번 잡으실까요” 라고 하면서 다정하게 나왔다가는 너 물찬 제비지 하면서 혼이 나고, “사장님, 도와드릴까요” 라고 하면서 은밀하게 접근했다가는 너 꽃뱀이지 하고 내침을 당할지도 모르니 함부로 그리 부르지 말고 눈치를 살펴 가며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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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