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닭 한 마리

Aphraates 2020. 12. 11. 07:00

인동(仁洞) 구 사옥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승격하여 처음 발령받은 곳이 일부 부서가 자리하고 있던 거기였다.

선배님들 이야기로는 인동 시절이 꽃피던 봄날로 좋았다고 하였지만 1980년대 말 그 곳은 한산하여 황성옛터 일보 직전이었다.

일제 시대 때부터 대전의 중심이었다는 영화는 다 옛날 이야기였다.

구도심으로 변모하여 거리며, 상가며, 주택이며, 사람이며 다 썰렁였다.

회사 사옥도 마찬가지였다.

용전동 통합 사옥으로 이전하여 거기에는 일부 부서와 자회사 몇 개 사 지사가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직원 복지 차원의 구내식당은 없었다.

운영할만한 식수 인원이 안 됐다.

그래서 점심 식사는 부서별로 삼삼오오 나가 인근 식당에서 했다.

집 밥 같은 식으로 해 주는 밥이어서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식당은 오래되어 문이 잘 안 닫히고 삐거덕거리거나 방바닥이 기울어 자세가 불안정한 채로 상을 받아 식사를 했다.

장부책에 기록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계산해 주며 대놓고 먹는 식당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가까운 다른 식당으로 가 메뉴를 바꿔보기도 했다.

 

그 중의 하나가 당시 메뉴로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나 인기있던 닭 한 마리 칼국수였다.

고기 집에서 돼지 한 마리라고 해서 온전히 한 마리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조금씩 맛보게 했던 메뉴처럼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칼국수는 아니었다.

닭의 가슴 살, 다리 살, , , 갈비, 등등이 들어간 벌겋고 매운 국물의 칼국수여서 술안주나 해장국으로도 괜찮아서 넷이 앉은 테이블에 커다란 냄비 하나씩 놓고 끓여서 땀흘려가며 맛있게 먹곤 했다.

 

그도 한 때였다.

사옥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문지동으로 옮기고서부터 는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닭 한 마리 칼국수는 안 찾게 됐다.

어쩌다 한 번 씩 메뉴로 정해 먹긴 했으나 맛이 인동 시장골목에서의 맛이 아니어서 점점 멀어져지는 바람에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 닭 한 마리가 돌아왔다.

한반도 평화 미국 측 대표인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평소 즐기는 닭 한 마리 칼국수로 우리 측 외교-국방-통일 관계 인사들과 송별회를 가졌단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니 부장관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대체적으로 무난한 관계와 업무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는 히밀건하게 웃는 모습에 뭐 하나 아금박스럽게 하겠느냐는 걱정도 했었지만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여 나름대로 성과도 좋았다고 인정받는 것 같다.

남북은 계속해서 그를 파트너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되고 최대 강국인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어지간한 자리를 싹 물갈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F 케네디의 매사추세츠 사단, 지미 카터의 조지아 사단,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은의 캘리포니아 사단, 조지 부시의 텍사스 사단, 빌 클린턴의 아칸소 사단, 버럭 오바마의 시카고 사단, 도널드 트럼프의 패밀리 사단이 그를 말해 준다.

주요 인사 때마다 낙하산이니, 제 식구 감싸기니, 나눠먹기니, 세습적이니, 회전문이니 하면서 공방을 벌이지만 칼을 잡은 승자가 자기 뜻에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국정을 수행하겠다는데 사색당파로는 아니 되오니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여 널리 쓰라는 탕평책이어야 한다고 상소를 한들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니하는 말 한 마디로 거절당하고 안 먹히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했다.

아무쪼록 상호우호 관계는 양국에 도움이 되니 한미 동반자 관계가 잘 이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앞서 가는 네들이 돈좀 많이 내라면서 사방팔방으로 잡아당기기만 하지 말고 좀 더 많은 역할에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건 부장관님, 고생 많으셨다.

조야로 돌아가시더라도 닭 한 마리 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남북대치의 고난을 생각하여 미국 국민들을 잘 좀 이해시키고 함께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라도 닭 한 마리가 아니라 닭 무제한으로 대접할 의향이 있으니 필요하면 찾아주셨으면 하는 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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