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한 마리
인동(仁洞) 구 사옥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승격하여 처음 발령받은 곳이 일부 부서가 자리하고 있던 거기였다.
선배님들 이야기로는 인동 시절이 꽃피던 봄날로 좋았다고 하였지만 1980년대 말 그 곳은 한산하여 황성옛터 일보 직전이었다.
일제 시대 때부터 대전의 중심이었다는 영화는 다 옛날 이야기였다.
구도심으로 변모하여 거리며, 상가며, 주택이며, 사람이며 다 썰렁였다.
회사 사옥도 마찬가지였다.
용전동 통합 사옥으로 이전하여 거기에는 일부 부서와 자회사 몇 개 사 지사가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직원 복지 차원의 구내식당은 없었다.
운영할만한 식수 인원이 안 됐다.
그래서 점심 식사는 부서별로 삼삼오오 나가 인근 식당에서 했다.
집 밥 같은 식으로 해 주는 밥이어서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식당은 오래되어 문이 잘 안 닫히고 삐거덕거리거나 방바닥이 기울어 자세가 불안정한 채로 상을 받아 식사를 했다.
장부책에 기록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계산해 주며 대놓고 먹는 식당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가까운 다른 식당으로 가 메뉴를 바꿔보기도 했다.
그 중의 하나가 당시 메뉴로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나 인기있던 “닭 한 마리 칼국수”였다.
고기 집에서 돼지 한 마리라고 해서 온전히 한 마리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조금씩 맛보게 했던 메뉴처럼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칼국수는 아니었다.
닭의 가슴 살, 다리 살, 발, 목, 갈비, 등등이 들어간 벌겋고 매운 국물의 칼국수여서 술안주나 해장국으로도 괜찮아서 넷이 앉은 테이블에 커다란 냄비 하나씩 놓고 끓여서 땀흘려가며 맛있게 먹곤 했다.
그도 한 때였다.
사옥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문지동으로 옮기고서부터 는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닭 한 마리 칼국수는 안 찾게 됐다.
어쩌다 한 번 씩 메뉴로 정해 먹긴 했으나 맛이 인동 시장골목에서의 맛이 아니어서 점점 멀어져지는 바람에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 닭 한 마리가 돌아왔다.
한반도 평화 미국 측 대표인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평소 즐기는 닭 한 마리 칼국수로 우리 측 외교-국방-통일 관계 인사들과 송별회를 가졌단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니 부장관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대체적으로 무난한 관계와 업무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는 히밀건하게 웃는 모습에 뭐 하나 아금박스럽게 하겠느냐는 걱정도 했었지만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여 나름대로 성과도 좋았다고 인정받는 것 같다.
남북은 계속해서 그를 파트너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되고 최대 강국인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어지간한 자리를 싹 물갈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존 F 케네디의 매사추세츠 사단, 지미 카터의 조지아 사단,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은의 캘리포니아 사단, 조지 부시의 텍사스 사단, 빌 클린턴의 아칸소 사단, 버럭 오바마의 시카고 사단, 도널드 트럼프의 패밀리 사단이 그를 말해 준다.
주요 인사 때마다 낙하산이니, 제 식구 감싸기니, 나눠먹기니, 세습적이니, 회전문이니 하면서 공방을 벌이지만 칼을 잡은 승자가 자기 뜻에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국정을 수행하겠다는데 사색당파로는 아니 되오니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여 널리 쓰라는 탕평책이어야 한다고 상소를 한들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니” 하는 말 한 마디로 거절당하고 안 먹히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했다.
아무쪼록 상호우호 관계는 양국에 도움이 되니 한미 동반자 관계가 잘 이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앞서 가는 네들이 돈좀 많이 내라면서 사방팔방으로 잡아당기기만 하지 말고 좀 더 많은 역할에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건 부장관님, 고생 많으셨다.
조야로 돌아가시더라도 닭 한 마리 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남북대치의 고난을 생각하여 미국 국민들을 잘 좀 이해시키고 함께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라도 닭 한 마리가 아니라 닭 무제한으로 대접할 의향이 있으니 필요하면 찾아주셨으면 하는 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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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