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찐빵 하나, 만두 두 개

Aphraates 2020. 12. 14. 05:35

거리 두기와 방역 지침에 따라 조심스럽게 공동체 미사 참례를 하고는 다른 때보다 서둘러 내려왔다.

가장 추운 날씨에 폭설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고속도로가 얼거나 폭설로 인하여 지리산 고개를 못 넘은 적은 없었지만 험준한 산길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식으로 막힐지 모르니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다.

 

점심은 비상식량으로 준비해둔 간식이었다.

하도 자주 다니다 보니 먹는 재미가 빛을 잃고, 한번 들어가려면 절차가 복잡하여 안 먹고 만다는 식으로 돼 버린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기도 불편하다.

3시간이 넘는 장거리이지만 푸짐하게 먹을 것이 아니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식이면 족하여서 졸음 쉼터에 들러 잠시 쉬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일상화됐다.

 

오늘은 서상 졸음 쉼터였다.

 

호된 진눈깨비는 아니어도 풍경이 그럴 듯했다.

좌측으로는 덕유산, 우측으로는 지리산이 운무에 휘감겨 더 멀리 보이는 것이 운치가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채로 차지 않은 보리차를 곁들여 먹는 찐빵 하나와 만두 두 개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여 요기가 되었다.

옥수수도 하나 드시라고 내밀었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삼천포 향촌 집에 좀 일찍 도착하였다.

고약한 날씨에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앞섰다.

한 주일 동안 일용할 양식과 살림살이를 날라서 부려 정리했다.

팡팡 돌아가라고 켜 놓은 가스보일러도 신나게 돌아가 바로 뜨끈뜨끈해져 좋았다.

저녁 식사는 지난 금요일에 요한 대자 님이 사 준 노상 치킨을 음미하면서 김칫국에 밥을 좀 말아 먹었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소찬(素饌)이었다.

겉은 그랬지만 속으로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있는 대로, 먹고 싶은 대로, 당기는 대로 편안하고 즐겁게 먹으면 그게 바로 보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살이가 구차하여 그런다면 좀 안타깝겠지만 여유가 있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부족하다고 엄살을 부릴 정도는 아니니 때로는 덜 먹고 덜 즐기는 것도 슬기롭고 지혜로운 생활방식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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