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반세기 전의 산아제한 포스터 내용이다.
구호에 충실하면 애국자고, 안 그러면 애국자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었다.
그런 소리를 하고 다녔다가는 정신병자 취급당할 것이다.
을사오적보다도 더한 매국노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인구 급감으로 인하여 국가 사회적인 것을 넘어 인류적인 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니 산아제한에 대한 반전 구호를 외치지만 여의치 않다.
“다섯이든 열이든 다 자기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나니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지만 그런 대가족제도는 다 옛날이야기고 소가족 제도하에서 자식 하나도 벅차다고 손사래를 친다.
출산율이 저조하고 인구가 줄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경험하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더 심각한 것 같다.
장교가 부족하단다.
경쟁률이 치열하던 때와는 정반대다.
고학력자들의 취업난 때문에 노량진 고시촌은 만원이고, 쳐다 보도 않던 부사관도 인기가 좋다는데 장교가 부족하다는 것은 뭔지 관련 기사를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교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단다.
육군을 기준으로 볼 때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군장교(ROTC), 학사 장교, 간부 사관, 전문 사관(경리, 통역 사관, 재정, 전산, 법무행정, 군악, 의정, 간호, 변리사, 군의, 치의, 수의, 사관학교 교수요원, 5급 공채 고시 합격자 등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을 위한 전형 장교가 있단다.
부사관(하사관)이나 준사관(준위)도 장교 그룹에 포함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장교가 되는 방법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ROTC는 초급장교 양산의 주요 수단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여 위태위태하단다.
미당 선생 군대 시절에는 병사들한테 ROTC 출신은 인기가 좋았다.
장교이면서도 장기 직업군인이 아니라 병역 의무 차원의 장교들이어서 여러 면에서 부드럽고 편했다.
직업군인 장교들은 어떻게든 인정을 받으려고 보다 많은 일을 하고 병사들을 엄격하게 지휘하였지만 ROTC들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시간만 되면 제대하기 때문에 무탈하면 족했고, 상급자나 지휘관들도 그를 인정하여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ROTC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단다.
지구는 둥글고, 돈은 돌고 돈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인기가 시들하여 지원자가 줄어 제도가 존폐 위기에 봉착했다는 기사다.
군사정부나 군사문화 탈피 자원에서 그런 것이 아니란다.
복무 기간등 조건이 불리하단다.
군필 방법이 다양하여 굳이 장교를 고집할 것이 아니란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ROTC 출신을 별도로 특채한다거나 인사상 이익을 줘 인기 좋을 때도 있었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쓸쓸하다니 격세지감이다.
하나회나 알자회처럼 기세등등한 파워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었다.
해병대처럼 기수를 따지면서 선후배 간에 끈끈한 정으로 뭉쳐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었는데 그도 한때였는가 보다.
ROTC 출신의 작은 집 손자가 장기 복무에서 탈락하여 제대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아직도 인기가 좋은가보다 하였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ROTC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흘러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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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