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전천후

Aphraates 2021. 1. 2. 08:18

운동선수들한테 흔히 전천후 선수가 되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든 극복하고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운동선수라면 질과 양을 따질 거 없이 스포츠 정신에 최선을 다하여 이기겠다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비신사적이라거나, 눈치를 본다거나, 남 탓을 한다거나, 몸을 사린다거나, 사술을 쓴다거나, 방임한다거나 하는 것은 운동선수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한데 전천후가 어디 운동선수뿐이겠는가.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새해 첫날이 안타깝다.

호불호를 불문하고 관례적으로 이어져 오던 일상이 사라졌다.

밝고 활기찬 희망은 없어 보인다.

암울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몸이 아프나 안 아프나 두문불출이고, 일이 있으나 없으나 부동이다.

해돋이도 비대면이고, 서설도 무감각이고, 귀성객 중개를 하던 언론도 조용하고, 이런 날에 가만히 있으면 남들이 깐본다며 뭔가는 한다고 분주하던 사람도 안 보이고, 열어볼 새도 없이 귀찮을 정도로 빗발치던 전화와 sns도 답장하고도 시간이 남을 정도로 한가하고, 여름날의 반바지인지 칠부 바지인지를 입고 나름대로 패션 자랑을 하며 놀자 골목을 누비던 청춘들도 몇몇 안 되는데다가 움츠려 있고, 돈을 손에 한줌 들고 흔들어 대면서 골라골라잡아를 외치던 노점상은 보이지 않고,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곤손하게 절하며 손님을 맞이하던 가게와 식당은 문을 닫은 채로 정동중이고, 자기도 그러면서 막힌 차를 보고 운전좀 제대로 하라고 소리치던 운전기사도 풀이 죽어 있고, 비행기와 기차와 버스는 어느메서 주무시고 계신지 행방이 묘연하고, 신년사로 덕담을 하던 장들도 행보가 조용하고......,

 

그럼 미당 선생은......,

다들 그러는데 삐딱하게 나갈 수 없어 한숨이다.

모든 걸 인정하지만 도저히 이럴 수는 없다면서 등갈비에 막걸리 한 잔을 했다.

코믹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부르는 노래를 흉내내본 것인데 잘 안 맞는 것 같다.

모처럼만의 술에 취기가 돌아 기분이 좀 업되었지만 청승맞게 이거는 아니다 싶은 생각에 자리를 물리고는 스스로 인내하며 극기하는 길을 택했다.

 

영원무궁 불변은 어렵다.

하던 대로 할 수만은 없다.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안 되는 것을 해보겠다고 나서서 제 몸과 맘만 축낼 수도 없다.

, 다들 주무시고 계신데 뭐 잘났다고 혼자만 간교하게 탈출구를 찾겠다고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없다.

 

전천후 선수가 멋지다.

그 내공이 부럽다.

멋지면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나도 멋진 선수가 돼 보기로 작심하고 실천에 나섰으면 좋겠다.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람이 그를 따라 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은 절개와 변절을 논할 때가 아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의지할 틈새도 별로 없다.

각자가 변검(變脸)의 순기능을 잘 이용하여 위기를 극복해야겠다.

서설이라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지만 좋은 징조이구나 하면서 차분하게 관조할 여력과 여유는 가져야겠다.

평화방송 미사 참례를 했다.

향촌 서재에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밖을 보느라니 답답했거나 분주했던 맘이 차분해졌다.

눈은 같은 눈이다.

그러나 주변은 다르다.

눈을 어떻게 보고, 주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아름답고 좋은 눈으로 보이고, 전화위복은 주변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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