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Aphraates 2021. 1. 15. 01:31

대전 유학 시절에 하숙을 했다.

자취하는 문화동 보문산 아래 친구 집에 잠시 얹혀 산 것을 빼면 3년 내내 하숙을 했다.

당시 시외버스 차부(터미널)은 현재 중구청(대전시청) 건너편의 대흥동 대림빌딩 자리였다.

그 옆의 현재 중구 보건소 자리에는 무서운 기관이 있었다.

데모가 있긴 하였으니 고등학생들은 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특히,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은 있었어도 참가는 생각지도 못하던 시골 아이들인지라 정문 기둥에 목재로 충남 기업사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고 인적이 드문 곳을 뭐 하는 곳인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무시무시하다는 충청지역 보안부대였다.

 

구 대흥동 차부, 대전시청 일원

하숙비는 쌀로 계산했다.

다섯 말에서부터 여덟 말까지 했다.

촌놈 하숙생들은 쌀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치렀고, 하숙집에서도 그게 이득이어서 그러기를 바랬다.

시골에서 쌀을 팔아 도시의 쌀 가격으로 내면 차이가 나서 하숙생도 하숙집도 손해였다.

쌀은 학생들이 직접 가져왔다.

차장들 눈치를 봐가면서 버스에 실어 운반했다.

운반 과정이 복잡하고 고단했다.

시골에서 출발할 때는 형이나 아버지께서 지게나 구르마를 이용하여 차에 실어주셨다.

그 뒤로는 몇 시간 동안 쌀자루를 지키느라 신경을 써야만 했다.

대흥동 차부에 내려서는 충렬탑 아래 하숙집(현재 교보생명빌딩 뒤편)까지는 차부 짐꾼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거워서 들고 갈 수도 없고, 택시를 탈 형편도 못 되고, 버스 노선도 안 닿는 곳이기 때문에 부득불 돈을 주고 짐꾼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의 서울 길도 그런 방식으로 짐을 싣고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가끔은 요즈음의 택배 격인 몇 안 되는 정기화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쌀 일곱 말을 지게나 수레를 이용해 나르던 때는 짐삯이 얼마 안 됐다.

정확지는 않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쌀값이나 그를 나르는 짐삯이나 그게 그거인 경우도 있다.

주객전도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향대과장(向大誇張)이나 향소과장(向小誇張)이 아니라 사실이다.

 

서울역 지게꾼

치킨 배달료가 2만 원을 찍었단다.

치킨 값이 그 정도이니 놀라운 일이다.

서비스나 영업 차원에서 무료로 배달하던 것을 편하게 받아 먹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100% 인상된 격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것이다.

유통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담합에 의한 교묘한 폭리 작전인지 모르지만 정상이라고 인정하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진통이 뒤따를 것이다.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생활 방식의 편리화로 발전하고 우뚝 선 것이라면 SNS를 연상하지만 놀랍게 변하고 성장하는 배달통을 위시하여 여러 가지가 나타나고 있다.

청계천 짐꾼이나 중국집 배달통이라고 내려다보던 것도 옛날이야기다.

과로로 문제가 많다는 택배와도 결이 달라 보인다.

 

치킨 한 마리가 5만 원이라......,

 

생활 습관이나 유통 구조가 변하니 그를 따라야 하겠지만 너무하다 싶다.

웬만한 집에서는 치킨 주문이 어려울 것 같다.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발품 파는 민족이 된 기분이다.

시장통으로 가 큼직한 옛날 통닭 한 마리 사다가 온 식구가 오순도순 모여 앉아 먹어야 할 텐데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듯 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듯이 통닭값이 배달통을 안 따라갈 리 만무다.

 

치킨집도 불안하단다.

오랫동안 국민 먹거리로 통했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단다.

치킨집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조사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결국은 업체 끼리 또는, 점주끼리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천정부지로 오르는 배달비까지 가세했으니 질적으로는 적자생존일지 모르지만 양적으로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치킨 배달, 2만원

심야에 강남에서 길가로 달려 들어 따블, 따따블을 외치며 택시잡는 것도 아니고 참 고약한 일이다.

치맥을 좋아하긴 하나 마니아는 아니니 얼마든지 안 먹고 견딜 수 있다.

정 구미가 당겨 안 먹고는 못견딜 것 같으면 편의점으로가 좋아하는 부위만 들고 오거나 큰 가마솥이 걸려 기름 펄펄 끓고 있는 시장통 옛날 통닭집으로 달려가면 된다.

그런다보면 식성도 변하여 치킨 배달을 안 시켜도 되겠지만 왜 이렇게 풀리는 것은 드물고 옥조이는 것들이 득세를 하여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것인지 불편한 사람들 많을 것 같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