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외풍

Aphraates 2021. 1. 25. 03:13

주말 저녁 가요 프로에서였다.

능수능란한 MC가 별다른 표정이나 말없이 조용히 앉아있는 A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 작사/작곡가겸 가수)를 소개했다.

숨은 보배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저작권료 연봉이 억대라고 했다.

그러자 산뜻한 외모에 말끔한 음성의 소유자로 역시 승승장구하는 유명 S 가수가 어쩐지 여유가 있어 보이더라고 말하면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쌓인 내공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타나는 A로부터 뭔가는 가진 자의 여유가 외풍으로 나타나고, S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그를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역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잘 자라고, 많이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하는 칭찬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여유로운 외풍, 다음

사실 그렇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런 것이 바로 느껴진다.

결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열등이 우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열등은 만년으로 아름답지 못하고, 우등은 만년으로 아름답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고, 위치와 자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주는 흙에 묻혀 있어도 빛을 발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가만히 있어도 안의 것이 밖으로 표출된다.

 

산봉우리에 운무가 드리워진 덕유산(德裕山) 옆을 지나는 데는 K 본의 김해영 프로에서 특색있는 스타일로 쭉쭉 잘 나가고 있는 어린 Y 가수가 출연하여 청취자 사연을 소개하는데 그 역시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말과 통하는 것이었다.

소개한 여성 청취자의 사연인즉슨 이렇다.

이 어려운 시기에 친구는 자식이 유명 대학에 떡 하니 합격하고, 남편 사업도 잘되어 부러움을 산단다.

친구가 그런 내색은 조금도 안 하는데도 시기와 질투심이 일어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전화를 받기도 불편하다며 자신의 자격지심이 영 못됐다고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에 경쟁 관계가 아닌데도 기선 제압을 당하여 자신을 자책하는 것은 누구한테라도 그럴 수 있을 텐데 원만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갈등과 애로 사항을 잘 극복해야 할 것 같다.

 

길거리 표 구르마 패션 싸구려 옷을 하나 입어도 고상해 보이고, 시답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잘 맞아 돌아가는 것 같은 것이 더 얄미워지는 여유가 죄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도, 아무리 뒤처진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삶의 무게에 지쳐야 하지만 여유를 닮아가는 것이 좋겠다.

 

외로 풍기는 외풍의 여유는 다른 측면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와 당신과의 관계에서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회개(悔改)라는 미카엘 주임신부님의 본당 부임 첫 강론 말씀이 다시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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