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몇 년 전에 억대 연봉자가 65만 명이라고 했다.
살림살이 규모가 더 커져 개인 소득이 3만 불을 넘은 지금은 100만 명 이상은 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한 번 돼봤으면 하는 정도로 부럽긴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진 않은 것이다.
미당 선생도 억대 연봉을 찍은 적이 있었다.
일상적인 경우는 아니고 교대 근무를 할 때로 특이한 케이스였다.
정상이 아니고 비정상이었다.
보통은 그 정도가 안 되는데 동급의 교대 근무자가 휴가나 병가를 내면 대근(代勤)을 들어가기 때문에 연봉이 팍 올라가는 것이다.
몸으로 때워서 타의에 의해 억대 연봉자가 됐다.
남이 해야 할 근무를 대신에 해 주고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어서 그 측면에서는 정당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문제도 있고 하여 나중에는 대근을 억제하고 대신 다른 사람이 대리 근무를 들어오는 식으로 바뀌었다.
십 년 전 이야기인데 지금은 주간 근로시간 맥시멈을 준수하면서도 억대 연봉 후배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당한 억대 연봉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가 않다.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에 누구는 억대 연봉을 받고 누구는 그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안 좋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비교할 것은 아니다.
소독제분배 차원으로 그 갭을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향 또는 하향 평준화로 거의 같게 받자고 하는 것은 다른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대우해줄 사람은 해주고 그만한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많이 배워 많이 알고, 머리가 좋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건강하여 불철주야 일하고, 유능하고 실천적이어서 성과가 좋고,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열고, 뒤처진 사람들을 견인하는 능력자들한테는 충분하고도 합당한 보상해서 더욱더 발전하는 것이고, 그를 골고루 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땡볕에서 뼈 빠지게 일하면서 자장면 한 그릇으로 때우는데 저들은 에어컨 시원한 곳에서 편안하게 일하면서 진수성찬으로 오찬을 즐긴다고 눈을 흘기면 곤란하다.
나름대로 다 사정이 있어 모두가 붕어빵처럼 가을 수는 없다.
시원하고 눈이 부신 점심이 반갑지 않아 차라리 나가서 막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때는 맨날 영양가 없는 쌈박질을 하면서 자기들 몫만 챙기는 정치인들 급여를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었지만 그건 아니다.
줄 만큼 주고 받을만큼 받아야 한다.
돈을 한 수레씩 실어 보내 피둥피둥 살찌게 만들라는 것은 아니고 돈 걱정 없이 나랏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잘하는 것이다.
K 본의 억대 연봉이 논란이다.
그럴 것은 아닌 것 같다.
고액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도 꽤 되는데 그럴 만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누구는 잘 나서 그렇게 받고, 누구는 못 나서 그 반 정도를 받으면서도 감지덕지해야 하느냐고 말하면 곤란하다.
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
언론인들도 충분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회사에서는 거마비도 안 되는 돈을 급여라 주고 열심히 뛰라고 하면 공정한 기사와 보도를 위하여 뛰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뭐 먹을 거 없나 하고 어슬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어차피 어우러져 돌아간다.
불황을 넘어 공항 상태까지 돼 간다고 제발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에 할 말을 잃고 돌아서 눈물을 흘리지만 때로는 호황에 수백 프로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표정 관리하는 일부 업종의 모습을 보고는 엄지 척을 보이는 것이다.
그 둘을 잘 화합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에 서 있는 모든 이의 몫일 텐데 잘돼 가리리 믿는다.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다.
강원도 양구 무청 시래기 작업장에서 어느 여자 농군이 하신 말씀인데 공자님 말씀보다도 더 와닿는다.
고달픈 일과를 끝내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면서 하는 그 말씀이 고맙고, 그분이 자랑스럽다.
억대 연봉, 좋다.
그이 반의반의 연봉, 괜찮다.
이리 사나 저리 사나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다.
버틸 거 버티고, 견딜 거 견디고, 이겨낼 거 이겨내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월 초하루에다 월요일이다.
고맙기도 하고 지겹기도 한 삼천포 길이다.
억대 연봉이든 그의 반 연봉이든 그거는 미당 선생이 따질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 결정하는 것이니 그를 놓고 왈가왈부할 거 없다.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심기일전하는 맘가짐으로 새벽같이 문을 박차고 나서는 것이 일꾼의 기본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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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