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
개인적으로 보면 샅바 싸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줄다리기다.
결론은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이기겠다는 것이다.
형님 먼저나 아우 먼저는 없다.
오로지 나만 있고 우리만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
뭐에 눈이 멀었다거나 무슨 병이 걸렸다는 창피한 욕을 먹으면서도 그런 거에는 개의치 않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하여 공개적인 전투와 비공개적인 암투를 벌인다.
대대손손까지 다 들먹이고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한다.
덕담과 양보로 나오다가도 여차하면 악담과 고집으로 일관한다.
겉으로는 공정을 외치다가도 속으로는 기회만 되면 불공정도 서슴잖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치열함이나 다르게 보면 부당한 비열함이다.
단골손님도 있다.
국가와 국민은 초대받거나 소환당하는 것은 상수(常數)다.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이 본의 아니게 끌려가는 그들은 도대체 존재가 뭐라는 것인지 모호하다.
서운함을 넘어 괘씸하기까지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고 체질화되어 찬성도 반대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갈 길을 간다.
월남의 달밤과 인도의 향불 사이에 있는 불탑의 나라에서는 40여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 데자뷔 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습인 중무장한 총칼과 비무장의 맨손 맨발의 구도다.
총과 최루탄과 돌멩이가 교차하고, 죽을힘을 다하여 쫓고 쫓기고, 이를 약물은 반발과 무차별적인 곤봉이 난무하고, 독기를 품은 자들이 무기력하게 내가 떨어진 시신과 부상자를 질질 끌고 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공수부대와 백골단 모습 그대로다.
현대 문명 국가에서는 차마 저질러질 수 없는 야만적이라고 혀를 차고 돌아서지만 그를 면한 지 얼마 안 됐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새로이 규정하는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광주 사태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했지만 아직도 쉬쉬하고 있다.
그런데 비록 명령에 따른 행위였지만 정당화될 수 없는 아픔에 사죄하는 용기 있는 총잡이 가해자와 쌓이고 쌓인 한이 끝이 없지만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너그러이 용서한 총을 맞은 피해자 가족이 만나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뭔가 뭉클한 것이 밀려와 함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때려서 아프고 맞아서 아픈 그 민주화의 산증인들이 아직도 증언하는 우리인데 어찌하여 그를 다 잊어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 샅바 싸움을 하고 줄다리기를 한다는 것인지 자세 안 나온다.
누가 그 길을 가도 지고지난한 길이다.
너무 부정적으로 여기진 않는다.
그러나 싫다.
보기도 싫고, 걷기도 싫다.
그렇다고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거치고 지나야 하는 길이다.
그래도 이제 그만이었음 한다.
우선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하여 너무 쓴 약은 이제 천천히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좋게 봐서 발전과 성장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하겠으나 가는 길의 걸림돌은 백해무익한 것이다.
서민 편에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십억 수백억 재산을 공깃돌 놀이하듯이 다루고, 약자 편에 서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강자의 논리에 맛 들여지고,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중도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시시각각으로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회색분자를 향하고 하면서 샅바 싸움과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불편하다.
망치를 뒤에 숨기고 실실 웃어가면서 다가설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나서는 솔직담백한 모습을 샅바 싸움이나 줄다리기에서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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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