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리지 말고 돌려
약점은 피하고 싶고, 강점은 부각시키고 싶다.
공식대로 안 돼서 탈이겠지만 다 그런 맘일 것이다.
누군가가 그를 간파하고 지적할지라도 또,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되고 문제만 더 쌓이는 꼴이니 약점과 강점의 프레임에서 자유롭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머리가 아파서 접하거나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붙잡고 늘어져도 잘 안 되는 난제 중의 난제에 봉착하는 것이다.
두문불출한 상태로 매달렸다.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답이 안 나온다.
오히려 더 복잡하게 얼켜만 간다.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난감하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 단계를 건너 뛰고 없었던 것처럼 회피하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계륵이라고 해서 하나둘 버리다 보면 남는 것은 먹잘 것 없는 뼈다귀뿐이어서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머리가 꽉 막힌다.
쥐가 날 정도다.
온 몸이 뒤틀린다.
초조하고 답답한 맘에 피곤하고 늘어지는 몸이다.
종결하지 못 하고 다시 시작한 것이 몇 번인지 자신감도 떨어진다.
이러다가는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몸과 맘이 망가져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일거양득의 반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인다.
속터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한계인 것을 어찌 하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의자를 책상 뒤편으로 돌렸다.
평화방송을 통해 수녀님들과 묵주기도를 함께 바쳤다.
그런데 기도 몇 단을 바치는데 언뜻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기도 중에 꾸벅꾸벅 조는 것처럼 그도 분심인 것은 확실하다.
좀 미안하다 싶었는데 심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뭔가가 암시됐다.
생각은 이거였다.
안 돌아가는 머리 잔머리 굴리지 마라.
먼 길 가는데 잠시 쉬어가는 셈 치고 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골몰한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잠시 사방팔방을 돌아보며 새로운 것에 눈길을 돌려봐라.
레리스(Release, 해방)다.
다만 해방이 해이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복잡한 것 다 툴툴 털어버리되 약간의 긴장감으로 다른 길과 다른 모습에 맛들여봐라.
의외로 새로운 돌파구를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긴 터널에서 방향을 잃고 발목 잡혀 허우적거리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한 것이었는지 알게도 될 것이다.
한계가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하지 마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으로서는 당연히 어려운 문제인 것을 너무 쉽게 피하지도 너무 과하게 붙잡고 늘어지지 말고 유연하게 임해라.
입으로 말하기만 하고, 귀로 듣기만 하던 변화와 쇄신의 묘를 살려봐라.
이어서 다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말씀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격언이다.
그도 분심이지만 효자 분심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띠어졌다.
문제를 풀고자 어제 저녁부터 보던 책과 열여 놓은 노트북을 닫았다.
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를 하는 것이다.
정면 도전으로는 도저히 답을 내기가 어렵다 판단되어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다.
우문현답인 될지 현문우답이 될지 장담할 수 는 없지만 가다보면 만족스런 답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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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