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리성
오는 손님 안 막고, 가는 손님 고이 보내드린다.
가슴 시리게 하는 김 소월의 진달래 시구는 아니지만 공감이 간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다.
그러나 그 자태를 제대로 뽐내지도 못하고 시들어간다.
공식적으로 모든 벚꽃 축제가 취소됐다.
그래도 찾는 사람은 찾는다.
청개구리 심보도 아니고,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반항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그렇다.
참다 참다 못 해 불편하나마 벚꽃 힐링하는 것이 실보다는 득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어렵고 구차한 행보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을 누구 망하는 꼴 보려도 그러느냐며 문 걸어 잠그고 문전 박대하기는 그렇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한테는 오시지 말라고 막아서지 못한다.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는 조건으로 조용히 즐기다가 가시라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공손하게 인사한다.
궁여지책이다.
인정하기도 그렇고, 인정 안 하기도 그렇다.
소상공인 영업장과 식당들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아니. 여기저기 곳곳에서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탈출구를 찾기 위한 궁여지책이 잘 통했으면 좋겠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이나 받는 측이나 지킬 것은 철저히 지켜 일이 더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계산대로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민관(民官)이 함께 진퇴양난에 빠져 전략적인 우유부단의 계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저께는 황사가 심했다.
그런 황사는 겪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로 대단했다.
삼천포 화력 발전소는 미세 먼지 저감 차원에서 2/3가 가동 중지된 상태여서 이 지역만으로 볼 때는 화창해야 맞는데 서쪽 발 황사가 워낙 심하다 보니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짙은 황사 습격을 톡톡히 체감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어제는 반전이 일었다.
짙은 황사가 당분간 지속하리라는 기상 예보가 무색하게 황사가 옅어졌다.
기상 영상을 보니 서해안 일부 해안가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상태가 호전돼 있었다.
화창한 봄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만 숨통이 틔어 숨 쉬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을 거 같았는데 짙은 황사를 맛본 후의 학습효과일 것이다.
기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루 상간으로 확연하게 달라진 황사 특보를 생각해봤다.
아마도 황사 진원지인 중국과 몽골 지역의 바람이 잦아들거나 비가 왔던지, 한반도 상공에 떠 있던 황사 군이 서풍에 밀려 동쪽 일본 쪽으로 밀렸든지 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역시 자연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이 동동거려도 우리나라를 뒤엎고 꿈쩍 안 하던 황사 군이 기압 차의 자연현상인 비바람에 잠들거나 날아 가버린 양상인데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얼마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1/4 분기의 마무리 시점이다.
사천 팔경의 하나라는 사천 선진리성(泗川船津里城)에 다녀왔다.
발이 묶인 상태에서 나들이 궁여지책의 한 방편으로 삼았는데 궁여지책이라고 하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좋았다.
해안가에 이어져 자연 그대로인 벚꽃 군과 도로를 비롯한 편의 여러 시설이 튀지 않는 것이 조용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역력해 보이는 산책객들의 모습도 평화로웠다.
나들이객은 주로 젊은 층들이었다.
약간 진듯한 벚꽃 동산과 길이 좀 아쉽긴 했는데 만개했을 때 축제를 했던 지난날들에는 요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당 선생네, 참 무심도 하다.
삼천포와 대전 오가다가 보는 성 안내 표지판이었지만 그냥 지나쳤었다.
공사 현장인 해안 발전소와 삼천포 시내 사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못 가볼 형편도 아닌데 2년 넘게 여기 있으면서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로 삼아도 좋았을 것 같았다.
규제를 강화해도 몰려오는 벚꽃 나들이 상춘객으로 붐빈다는 이웃 동네 진해 주민의 불만과 불안 이야기만 듣고 있었으니 선진리성도 미당 선생도 섭한 일이다.
디엔에이(D&A, 데보라와 아프아테스) 부부 같은 또래들은 보이지 않았다.
바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히러 온 모습들도 안 보였다.
한가로운 시간을 갖는 학생들이나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성 인근이 상당히 넓었다.
반면에 사람은 드문딱 드문딱 보였다.
넓은 바다에 작은 배 몇 척 떠 있는 것처럼 여유로운 나들이객들이었다.
마주치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가끔 누군가를 마주치면 어른이든, 청춘이든, 학생이든, 아이든 반갑게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것이 평화로웠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도 사정상 성주간에 하지 못하는 전례와 행사를 대신하는 것 같아 몸과 맘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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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