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통설로 나도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인가.
아닐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신구 갈등은 있기 마련이니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외국도 그럴 것이다.
양상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우선 자신의 인식부터가 아리송하다.
댁은 진보인가 보수인가를 물으면 애매모호한 자세다.
대다수가 나는 진보 성향의 보수라던가 또는, 보수 성향의 진보라고 얼버무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리 없는데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아닌 걸 자기방어를 위한 구차한 보신책인 것 같기도 하여 씁쓸하다.
진보(進保)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낮에는 M16을 멘 국방군, 밤에는 따발총을 멘 인민군 상황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다.
흐름이 그렇다.
구태여 가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진보를 구별하는 명분과 실익이 작은데 구태여 눈치를 살피고 머리를 써가면서 한쪽 편에 서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르고 닳도록 해도 정답이 없다는 부동산과 교육 문제가 그 한 예다.
내놓으라 하는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긴긴 세월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서 문제를 풀어도 두리뭉실한 답이 나올 따름이다.
그 답도 천당과 지옥이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으로, 오늘의 오답이 내일의 정답으로 나온다.
지루한 갑론을박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솔로몬의 지혜와 공명의 재치를 다 동원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거기에 순화도 됐다.
다들 그렇게 받아들인다.
더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이지만 고무풍선 효과 그 자체로 끝이다.
소득은 별무다.
여러 가지가 뒤죽박죽이다.
강남 진보라던가 강북 보수라던가 하는 말이 그를 말해 준다.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봐도 알 수 있다.
정작 부동산이 필요한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뒷전인 채 부동산을 통해 한 볼 테기 먹고자 하는 객꾼들 위주로 차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뒤죽박죽이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다들 자기 몫을 대변하다 보니 그린 된 것인지 아니면, 당면한 문제들로 허둥지둥하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정립이 되어야 한다.
그대로 나가다가는 말 그대로 죽도 밥도 아니게 이상하게 된다.
잃을 것도 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보수와 혁신이 갈등으로 진통이다.
남극과 북극처럼, +와 –처럼. 기름과 물처럼 따로 논다.
거기에다가 저마다 핵분열도 일으키는 모양이다.
카오스(Chaos, 혼돈)다.
코스모스(cosmos, 질서)가 그립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생사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타인들이 볼 때는 아니다.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과정의 한 단계로 볼 수도 있는 것인데 잘 안 된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것인지 주객전도가 돼도 너무 됐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오늘은 가을꽃 코스모스를 그려봤다.
여름꽃은 고사하고 봄꽃도 아직인데 웬 추화(秋花) 이야기인지 본인이 생각해도 생뚱맞지만 아주 낯선 이야기는 아닌 새벽이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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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