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牌
sns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어찌 보면 주객전도된 것처럼 사람이 문명의 이기(利器)에 눌려 활용한다기보다는 활용당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스마트 폰 하나면 그만이다.
옛날 전화기에 익숙한 세대들은 무슨 기능이 그리도 많고 복잡하냐면서 낭비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스마트 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불안한 세대들에게는 더 발전해야 한다는 바람이 큰 것 같다.
명함 문화도 그를 피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갑 두둑하게 명함을 넣고 다니면서 기회만 되면 건네던 명함이 이제는 번거로운 존재로 변하여 명함을 주고받는 것이 어색하다.
스마트 폰으로 한 번 찍어주고 열어보면 되지 메모장이나 명함첩을 찾을 일이 드물다.
“저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금박 줄 번쩍이는 명함을 내미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인정사정없이 뿌려대는 형형색색의 홍보 명함은 환경오염만 시키지 그 효과가 의심된다.
명함이 그럴진대 패(牌)라고 해서 그를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무실이나 실내 환경에 맞게 책상이 어떤 자리이고 어떤 직책의 사람인지 알게 하는 간결하고도 작 패가 대세다.
금박 문으로 봉황과 용이 새겨진 번쩍거리는 커다란 패는 안 어울린다.
벼락부자가 된 졸부나 그것도 벼슬이라고 행세한다는 탐관오리들이나 하는 짓 같아 어떻게 봐도 부자연스럽다.
월요일 현장 사무실에 출근해보니 문 앞에 붙어있던 문패가 안 보였다.
대전 간 사이에 바람이 좀 세게 불고 바람이 불었다더니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제가 가면 어디 가겠는가 하고 여기저기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귀신이 곡할 정도는 아니어도 이상했다.
바람에 날려 멀리 날아간 것 같다.
나중에 보면 예기치 않은 엉뚱한 곳에서 초라한 흙투성이로 발견될 것이다.
문패가 떨어져 나간 자국을 보니 보기 안 좋았다.
찾아올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공사 기간도 얼마 안 남았고, 문패가 없어도 감리단 사무실이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새것을 만들어 달 것까지는 없겠지만 뭔가 개운치가 않다.
블라인드 채용처럼 깜깜이 사무실도 아니고, 한 사람이 찾아올지라도 명패 없는 문을 두드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하루를 머물지라도 있어야 할 것은 있어야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타 중인 관계자한테 연락하여 간판이 날아갔으니 예쁜 것으로 하나 붙여달라고 부탁해야겠다.
518이다.
먼저 저승에는 안식을 이승에는 평화를 주시라고 청한다.
5월이 되면 그를 선점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경주에 나선다.
선수들만의 경주가 아니라 그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과 그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경주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40년이 지난 아직도 진행 중인 희생의 의미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합당한 평가가 수반되었으면 한다.
광주의 518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향촌의 518도 중요하다.
518 동지 열 분과 그 가족들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하면서 코로나가 지나가면 아기자기하고 오붓한 만나자고 전하고 싶다.
어제 518 전야에 두 518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색다른 토의가 있었다.
갈마 성당 30주년 기념에 맞춰 역대 회장님들께 드릴 감사패에 대하여 임원들 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했으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스마트 폰이 있어 다행이었다.
없었다면 의견을 나누는데 커다란 패 샘플을 들고 모여서 토론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그런데 각자 집이나 사무실에서 각종 감사패 사진을 찍거나 캡처하여 스마트 폰에 올려 화상 회의 비슷하게 하니 간단하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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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