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보리암

Aphraates 2021. 5. 20. 05:51

예수님의 사랑, 부처님의 자비, 공맹님의 예의를 헤아리고 실천함에는 때와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생활화되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제약과 장해는 있을 수가 있다.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다.

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 가르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는 측면도 있다.

 

태곳적부터 죽 이어진 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에 성전이 있고, 사찰이 있고, 사당이 있다.

 

훗날인 지금에 보니 동사서성향묘(東寺西城鄕墓).

, 명당자리에 가보면 동양에는 절이 있고, 서양에는 성이 있고, 지역에는 묘가 있다.

명승지에 가보면 표가 난다.

그 옛날에 이 험준한 곳에 어떻게 절을 세우고, 수도원을 짓고, 묘를 썼는지 모르겠다는 감탄이 나온다.

그 모두가 당신들의 숭고한 가치를 따르고 실천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자 권리와 의무감에서 그런 좋은 자리를 잡은 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제는 중간에 낀 휴일이었다.

대전에 안 올라가고 보리암에 다녀왔다.

몇 번 가보는 암자 형태의 작은 절이다.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보리암이 위치한 곳은 역시 한려수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 중의 명당인 산악이다.

 

정통 불자는 아니다.

하지만 불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우리 모두다.

그렇다고 석가탄신일을 기리기 위하여 작심하고 보리암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누구 말마따나 빨간 날 같지 않은 빨간 날에 집에 그냥 머물러 있기도 뭣하고 해서 나들이 간다는 것이 삼천포 향촌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절을 가게 된 것이었다.

가뜩이나 등산에는 잠뱅이다.

무리를 해서는 안 되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며칠이다.

그래도 망설이기보다는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어딘가를 돌다가 찾아간 것이다.

 

정상적인 일상이었다면 오가는 사람들로 빡빡했을 텐데 아니었다.

한산하다고까지 말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찾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온 듯한 가벼운 옷차림과 수더분한 모습의 나들이객들이었다.

오르내리면서 보니 사람들이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배가 볼록한 남녀 뚱보들이나 엉덩이가 펑퍼짐한 여자들이 인상적이었다.

멀지 않은 오르막길 오르면서 긴 소매 옷과 너덜거리는 구두 차림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신의 이상한 모습은 생각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뚱보와 오천 평을 보고 안 보이게 속으로 웃었다.

댁들 참 욕본다. 거기에다가 마스크까지 입에 테이프를 붙인 것처럼 하고 다니니 참 어렵겠다하면서 웃음이 나와 표정 관리하느라 욕봤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것이 그것은 뒷전이었다.

가다가 산 길거리표 옥수수와 옥수수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상주 은빛 모래사장을 비롯한 그림처럼 펼쳐진 남해 섬 일주를 하는 식으로 귀가하였다.

끼니를 거르니 좀 허기지긴 했다.

참을 만했고, 참아야 했다.

중간중간에 그럴듯한 어() 고기와 육() 고깃집 간판이 많았지만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오늘이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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