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것도 못 했을까
지난 주말과 주일에는 현장 출근하였다.
개인적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지만 현장 사정이 여의치 않아 데보라만 대전에 올라가고 혼자 있었다.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안 하던 것을 할 때도 그렇지만 하던 것을 안 하려고 하니 모든 게 어설퍼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떤 상황이 닥치든 전천후 기질은 여전히 발휘되는 것 같아 잘 할 수 있었다.
연이틀 출근하면서 휴일과 휴무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휴일이 뭐냐고 물을 정도로 근로기준법 보호권 내에서 멀어진 계층도 있고, 규정을 능가하여 위라 비를 강조하며 주 5일 근무 이내로 하자는 OECD 권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계층도 있다.
어찌 보면 불공정이나 불공평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인정해야 할 것이다.
좋으나 안 좋으니 다 같을 수는 없다.
각자 상황과 여건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권장하거나 규제할 것은 아니겠으나 바란다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노라면 상생협력과 복리 증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퇴근하여 혼자 집에 있으니 할 일이 없었다.
따분했다.
발전소 식당 운영사가 바뀌는 과정이라서 구내식당도 운영을 안 하여 라면으로 점심을 때운지라 허기질 만도 한데 밥 생각도 없었다.
다시 라면을 끓였다.
조금 먹다가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라면 하나를 다 먹지 못한다.
많은 양도 아닌데 버릇이 그렇게 들어서 그렇고, 가끔 먹긴 해도 썩 당기는 메뉴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지난 주일에 본 시험 복기를 해 봤다.
시험이 끝나고 나왔을 때는 그런대로 기분이 괜찮았는데 자세히 자체 평가를 해보니 기분이 안 좋았다.
신통방통하게 잘 썼다는 생각보다는 연륜에 안 맞게 어찌하여 그것도 제대로 못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자신 있게 썼었어야 했을 몇 문제만 평소 실력대로 썼다면 잘 모르는 문제여서 임기응변으로 쓴 다른 문제들을 보충하여 무난히 합격할 수 있을 텐데 안 그런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후회막급으로 통탄하지는 않는다.
시험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다.
그게 한계다.
실수 안 하고 아는 거 다 썼으면 다 합격하는 것이다.
만물박사 천제가 아닌 이상 내는 문제를 다 알 수는 없어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놓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지나간 것을 어찌하겠는가.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릇은 사발인데 거기에 항아리 분량의 물을 담으려고 하면 가능하지도 않고 탈만 난다는 것을 상기하며 더 노력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자체 채점을 해봤다.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여전했다.
시험은 개떡처럼 잘 못 치르고 평가는 찰떡처럼 잘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후한 것은 인간 본성이니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주제 파악 못 한다는 것을 내외에 공포할 것은 아니다.
과대망상이다.
너무 후하게 준 것 같아 미안한 맘에 좀 깎아내렸다.
그래도 불합격보다는 합격에 더 근접한 점수다.
아전인수다.
남들한테는 아직 멀었다거나 좀 부족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속으로는 희망을 품고 너그럽게 평가를 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본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are hatched.
그러면 좀 어때.
실망이 현실로 다가올지라도 긍정적으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좋다.
또 실망과 시루가 어떤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누구 이마빡이 더 센지 어느 한쪽이 머리가 터질 때까지 해보는 거라는 오기도 필요한 것 같다.
합격점 60점을 기준으로 채점을 해본다.
합격자 점수는 보통 60~63점 사이다.
희망으로 성적을 매겨본다.
첫째 시간 8+7+7+5+5+8+7+7+8+7=69
둘째 시간 18+15+15+16=64
셋째 시간 15+16+14+18=63
넷째 시간 14+18+16+18=64
합계 269
평균 269/4 = 65점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이다.
점수를 시간별로 4점 줄여서 계산해본다.
65+60+59+60=244/4 = 평균 61점으로 가까스로 합격이다.
점수를 시간별로 2점 더 깎아 계산해본다.
63+58+57+58=236/4= 평균 59점으로 아쉽게 불합격이다.
그 이상이나 그 이하 점수는 생각할 것 없다.
평균 80점이나 60점이나 합격은 마찬가지이고, 평균 59점이나 45점이나 불합격은 마찬가지이니 그 점수권 이외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자체 평가 점수는 채점 기준에 따라서 달라지듯이 실제로 받는 채점점수도 채점 기준에 따라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고려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수험생에게 문제는 진짜 실력이다.
참고 사항인 채점이나 채점 기준 같은 것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법률가가 정통 법률가가 되어야지 법 기술자로 돼서는 아니 되듯이 수험생이 실력으로 말해야지 부가적인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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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