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해후

Aphraates 2021. 6. 19. 16:17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세상을 달리하여 이승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면 할 수 없다.

그런데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만나고자 하면 큰 수고를 안 해도 만날 수 있는데 잘 안 되는 것은 간절함이 적거나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맘이 멀어지면 몸이 멀어지고, 몸이 멀어지면 맘이 멀어진다.

사람이 못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무척이나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나도 감이 무디어 자기 갈 길 바쁘다.

이게 뭔가 하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도 삶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칠갑산 자락의 벌거숭이 친구들, 첫 유학인 공주의 중학교 친구들, 청춘 예찬보다는 방황의 시절이었던 대전의 고등학교 친구들, 희망차게 출발했지만 앞이 캄캄했던 서울 신정동 공장과 한남동 대학에서의 지인들, 임진강 DMZ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군대 선후배들,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돼 아직도 끈끈한 정이 있는 회사 직장 동료들, 대학과 대학원 학동들, 계속 진행 중이고 그침이 없을 성당 분들, 가족을 비롯한 가깝고 먼 친척분들, 은사님들과 은인들과 어른들......, 만나야 할 사람이 너무도 많지만 잘 안 된다.

뭣이 그리도 바쁘다는 것인지 제대로 교류를 하지 못해 잊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일이 다 만나고 챙길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정도로 남남처럼 될 수는 없는 것인데 맘이 아프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사람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안타까움이다.

예기치 않은 해후라도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지만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데 이루어질 리 만무다.

 

어제는 청수리팀 회동이 있었다.

직장과 성당을 통하여 맺어진 인연으로 친형제만큼이나 가까운 분들이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전처럼 자주 만나질 못한다.

생활이 그리 만든다.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재취업하여 떠나 있고, 중책을 맡아 동분서주하다 보니 좀 소원하다.

큰맘 먹고 작정을 해야 겨우 만날 수 있는 것이야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고 떠넘기는 것으로 면피를 할 수 있다.

하나 맘이 그만큼 무디어지고, 감이 그만큼 떨어지고, 그저 그렇게 해서 더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프다.

 

아메리카 박이 애처롭다.

몇십 년 만에 통하게 된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한 칠갑산 고향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sns를 왕성하게 하는 데 호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기막힌 친구들이니 다들 sns에 들어와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몇 친구가 응할 뿐 대부분이 묵묵부답이어서 서운할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신호음이 좀 시끄럽긴 하다.

하지만 얼마든지 이해하고 들어와서 할 소리 안 할 소리 헛소리도 하고, 칭찬과 비난도 하고, 이루어질지 모르는 기약 없는 약속과 돌발적인 행동도 하면서 왁자지껄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충청도 기질대로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해후/최성수, 다음

이해가 된다.

이역만리 머나먼 곳에서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친구를 찾는 맘이 말할 수 없이 간절할 텐데 친구들은 왜 그리도 무심한 것인지 속상할 것이다.

아메리카 박이 잊혔던 감정들을 들춰내게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엄니를 비롯하여 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저승에 계신 분들께는 영원한 안식을, 이승의 분들께는 평화의 은총을 내려주시라고 청한다.

차 한 잔 들고 공원 저편을 바라보다가 7080 동영상을 찾아 최() 가수의 해후를 듣고 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적셔진다.

미당 선생에게 어울리지 않는 약한 모습인 것 같지만 그게 우리의 본모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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