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마포갈비

Aphraates 2021. 6. 29. 06:42

삼천포 하면 무엇보다도 푸르른 바다와 신선한 생선회가 연상된다.

사실이 그렇다.

한려수도에 자리 잡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포구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개발이 덜 되고 공업화가 안 되었다는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라 말할 수 있는 지역이다.

날씨도 좋다.

자연재해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는 내륙의 대전과도 비교가 된다.

엊그제 내려오기 전 대전을 비롯한 충청도와 경상도 가운데 지역은 푹푹 찌는 날씨였다.

그런데 위도상으로 한참 아래인 삼천포는 시원한 것을 넘어 선선하여 저녁에는 문을 닫고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였다.

평상시 같으면 솔솔 불어오고 태풍일 때는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영향이다.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것이 남쪽 해안의 기후특징이다.

타향살이하는 우리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여기 본토박이들도 여름에 선풍기나 에어컨 제대로 한 번 안 켜고 넘어가는 해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발전소 주변 지역 전기요금 할인 혜택 제도 때문에 거의 무한정으로 전기를 사용해도 부담이 적은 이 지역 사람들이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후 자체가 그래서 굳이 냉난방기를 가동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삼천포 전경, 다음

이런 거는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식으로 바닷가 사람들답게 생선을 좋아하고 잘 다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멀 먹을 때 보면 주로 찾는 것은 육고기다.

예수님도 당신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는 성경 말씀처럼 생선의 본토인 삼천포에서 생선이 크게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외지에서 특히, 내륙에서 손님들이 오시거나 하면 용궁시장의 생선회나 실안 해변의 장어를 대접하지만 여기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거나 회식을 할 거 같으면 대개는 소고기나 돼지고깃집을 찾는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했다.

우리도 그리됐다.

2년 넘게 여기에서 살다 보니 삼천포가 좋다.

처음에는 동서남북의 방향 감각이 없어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 조심하였지만 이제는 여기 곳곳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하면서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대전에 올라갈 때는 생선류를 갖고 가 나눠 먹곤 하지만 그 이외는 생선을 잘 안 다룬다.

본토박이들 하는 것처럼 생선회나 해물류 식당에 가는 것도 드문 편이다.

 

어제는 삼천포 성당 아래 있는 마포갈비 집에 갔었다.

대전과 성당 오가는 대로변에 있는 규모가 제법 큰 식당이다.

언젠가부터 저 집에 한 번 가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생각을 실천한 것이다.

식당에서 그 내막을 알면 서운하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도 아닐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이제 간신히 문을 다시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시점에 그런 과거가 뭐 중요하냐며 오신 것이 고마우니 뭐든 많이만 팔아달라고 대환영하지 않았을까 한다.

 

마포갈비, 다음

널따란 주차장에 주차하고 들어갔다.

체인점인 줄 알았더니 그는 아니었다.

계산대에서 코로나 안심번호 확인을 해달라는 주인장인 듯한 풍만한 체구에 검정 가운을 입은 50대 즈음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고기를 드실 거냐고 해서 그렇다고 안쪽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였다.

잠시 후에 물과 컵을 들고 오셔서는 뭘 드실 거냐고 물었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맛있는 소고기 몇 점에 저녁 식사를 하러 온 것인데 우()는 없고 돈()의 삼겹살과 돼지갈비뿐이었다.

소고기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안 한다고 하셨다.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냥 나올 수는 없었다.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저녁 식사를 하게 해달라고하였더니 바로 준비를 해 주셨다.

수더분하면서도 장사 경험이 많은듯한 주인장이 고기를 구우면서 화끈하게 이야기를 하셨다.

전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취급했는데 소고기는 찾는 분들도 적고 타산이 안 맞아 돼지고기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하셨다.

소갈비 35kg짜리 한 짝 받으면 손질하여 10kg의 기름을 제거하여 팔면 남는 것이 없단다.

등심도 1~2인분씩 떼어 팔다가 찾는 분이 없으면 나중에는 색이 변한 절단 부위를 떼내고 신선한 부분을 잘라 팔게 되는데 그러면 남는 것은 가게 사람들이 먹는 것이 남는 것일 정도라며 타산이 안 맞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마포갈비=돼지고기라는 이미지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특히 소고기 수요는 접대 문화가 활성화돼 있어야 많은데 삼천포는 경제 여건상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고가인 소고기를 먹을 일이 별로 없단다.

그럭저럭 현상 유지를 하던 몇몇 소고깃집도 어려워하는데 유명한 G 한우도 문을 닫았다고 하시어 놀랐다.

우리도 갈비탕을 먹으러 몇 번 가봤지만 제법 잘되는 집이었는데 문을 닫았다니 서운했다.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렇게 둘이 와서 고기를 조금 먹어도 밑반찬 등 준비할 것은 다 해야 할 텐데 너무 적은 손님이어서 좀 미안하다고 하였더니 무슨 말씀이시냐며 오신 것만도 고맙다고 하셨다.

그리 말씀하시니 우리도 고맙다면서 다음에 올 때는 여러분을 모시고 오겠다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하였다.

그렇게 하여 마포갈비 식사는 구수한 돌솥 밥과 칼큼한 된장찌개로 마무리를 하였는데 들어갈 때는 좀 그랬는데 나올 때는 다음 언젠가 다시 와야겠다면서 명함을 한 장 챙겨 들고나왔다.

 

마포종점에 가면 은방울 자매가 없고, 마포갈비에 가면 갈비가 없다.

대신에 향방울 자매가 있고, 돼지갈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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