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느긋함도 고역이다

Aphraates 2021. 6. 30. 08:57

적어도 약속시간 30분 전에는 약속 장소에 가 있는다.

출근은 2시간 전에 한다.

나머지 시간은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쓰거나 그냥 죽인다.

 

미당 선생 체질이 그렇다.

 

무슨 사명감이나 목적을 갖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서두르는 것도 아니다.

더 열심히 일하거나 잘 보이기 위하여 동동거리는 것도 아니다.

어찌 하다 보니 그리 됐다.

소싯적부터 그렇게 생활이 길들여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고착화됐다.

편하다거나 불편하다거나 따질 것도 없이 그렇게 죽 이어져 온 것이다.

 

조기출근, 다음

그렇게 일찍 일찍 빨리 빨리가 체질화되다 보니 느긋한 것도 고롭다.

 

요즈음 출근 시간이 고역이다.

8시에 집을 나서서 20분 정도 걸려 현장 사무실에 나오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1시간 늦은 것이다.

느긋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더 좋아야 할 텐데 안 그렇다.

그 시간까지 집에 있으려면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데보라도 연시 시계를 보면서 걱정스러워 하는 눈치다.

 

왜 그리 됐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발전소 5,6호기 오버홀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렇다.

전국에서 동원된 수많은 발전소 작업자들이 출입신청을 하기 위하여 수십 미터씩 줄 서서 기다리고, 넓은 주차장은 물론이고 입구 도로까지 차량이 가득하여 7시에서 8시까지는 대만원 사태를 넘어 대혼란 상태다.

그 시간을 피하다보니 부득불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춘 것인데 적응이 잘 안 불편한 것이다.

바쁜 일도 없는데 잘 됐고, 핑계 삼아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9시에 들어와도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기에는 조기 출근 습관이 너무도 굳어져버렸다.

 

여직원한테 그런 애로사항을 토로하였더니 오히려 잘 됐다면서 이 참에 출근 시간을 더 늦춰 정시 출근하시는 것이 어떠냐며 웃었다.

그럴 수야 있나요 하면서 같이 웃었는데 발전소 공사가 빨리 마무리되어 준공으로 가고 있는 우리도 이른 출근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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