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놀아봤지만

Aphraates 2021. 7. 4. 06:57

6월은 제법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회사 일, 성당 행사, 시험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5월과는 결이 달랐다.

맘이 느슨해졌다.

꼭 조인 나사가 어디론가 날아 가버린 것은 아니나 좀 풀어졌다.

무상무념으로 멍때리기도 하고, 자고 또 자면서 하품도 하고, 개심 치레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는 등 가장 제멋대로의 나태한 모습인 저유방임상태였다.

그렇게 실컷 놀아봤지만 별거 아니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소맥 폭탄 터트리는 것이야 즐거운 하나의 일상이다.

그는 생활의 활력소이니 노는 축에 까울 것은 아니다.

좋아한다고 해서 몸이 축나도록 무한정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체력상 그리 할 수도 없다.

굴품해지면 바람을 잡거나 바람에 이끌려 쇠가 자석에 이끌리듯이 가는 것이니 할 일없어 뭐 먹을 거 없나 기웃거린다는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다.

잔잔한 즐거움에 젖어 큰 사고 안 치고 큰 손해 안 보는 것도 괜찮은 날들이다.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노는 것이라 할 수 없는 중요한 그 외의 것도 있다.

기도와 묵상과 봉사, 여행, 글쓰기, 대소 행사, 위아래 분들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광의로 해석하는 것 같긴 하다.

그런 거 다 제하고 나면 뭣이 노는 것이냐고 지적한다면 딱히 끄집어낼 수 것은 없는 것 같다.

오늘은 뭘 하는가 하면서 하늘만 쳐다본다거나, 오늘은 누가 나를 불러줄지 모르지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다고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시작한 주말농장도 들여다볼 것이 많은 유의미한 귀농이자 생산활동이라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을 것이다.

늦게 배운 OO 날 새는지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불쑥 나온 배 득득 긁는다거나 등산 간다고 김밥 한 덩어리 싸 들고 나서서는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고 자위한다거나 하는 것도 긍정적일 수 있다.

놀거나 일하면서 뭘 하든 건강한 몸으로 즐겁게 사는 것은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투자일 수 있다.

다 명분을 주기 나름이다.

긍정적으로 좋게 주면 좋은 것이고, 부정적으로 안 좋게 주면 안 좋은 것이다.

 

하였거나 한 달간 빈둥거리며 놀아봤지만 별거 아니었다.

노는 게 굳어져 몸에 배기 전에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이 살아났다.

삼천포에 갖고 길 책 보따리를 쌌다.

미사 참례후에 바로 가야 하니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한 달을 또는, 그 이상을 버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보따리로는 들기가 불편할 것 같아 풀어서 대형 배낭에 가득 채웠다.

들고 메어보니 어깨가 축 내려갈 정도로 무거웠다.

인생의 무게가 책의 무게에 비하여 무거운 것은 아닐지라도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조하고, 당황하고, 막막해하고, 걱정할 것은 아니나 준비는 해야 한다.

어쩌면 다음에 올라 올 때는 한 가방 더 갖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성의 없이 임한 지난 시험과 아슬아슬한 낙방에 사죄하는 차원에서라도 무거운 짐을 지고 정성을 들여야겠다.

 

모모) 어이, 미당 선생 좀 놀아봤나.

미당) 그럼, 마음껏 놀아봤지.

모모) 어떻든가.

미당) 좋긴 한데 좀 지나니 별로네.

모모) 그게 참, 노는 아이템을 발굴하던가 방법을 달리해야겠네 그려.

미당) 그러게나, 하지만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어. 하던 거나 해야지.

모모) 건투를 비오.

미당) 미투요, 고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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