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물회

Aphraates 2021. 7. 11. 18:23

삼천포에 있다고 하면 얼마나 좋으냐고 한다.

한려수도와 남해안을 비롯하여 볼 거리 많지, 싱싱한 생선회를 위시하여 해산물 풍부하지, 인심 좋고 순박하지 일부러 찾아가기라도 할 판인데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거기서 직장 생활을 하니 이만저만한 금상첨화가 아니라 꿩 먹고 알 먹고 아니냐며 부러워 하는 것이다.

실은 그렇다.

복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두번 구경 다니는 것이라면 몰라도 터를 잡고 살다보니 그 좋은 것들도 좋게 느낄 수가 없다.

복에 겹거나 변덕스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심리가 다 그런 것 같다.

 

시간될 때 조금씩 즐기고 먹고 하지만 삼천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하는 정도는 아니다.

여기 주민으로서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할 따름이다.

솔직히 말해서 삼천포 내려온지 2년이 넘었지만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손님을 모실 때나 촏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생선회다운 생선회를 몇 번 못 먹었다.

돈이 없어서 그러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식성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쉽게 접하다보니 귀한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말하자면 삼천포 영감과 삼천포 댁이 다 된 것이다.

아마도 삼천포를 떠나면 그 때 생선회나 실컥 먹을 것 하는 후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오늘이 복날인 줄도 몰랐다.

대전 집에도 안 가고 원룸 사택에서 방콕하여 뭘 하다가 금산 부장(部長) 친구의 카카오톡을 보고 알았다.

너무 무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복날이라는데 열나는 삼계탕은 그렇고 우리 모처럼만에 전복과 해삼 물회나 한 그릇 때리러 갈끼" 하였더니 콜을 하여 나가서 후루룩 마시고 왔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삼천포 아가씨" 상이 있는 바다 매립지 팔포 음식 특화단지에 가면 생선회집과 물회집이 많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물회라면 제일이라고 하는 W옥에 갔더니 사람들이 길다른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것은 아니어서 그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너 나을 수도 있는 S옥으로 갔다.

거기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줄은 안 섰다.

일반 물회도 있었지만 오랫만에 먹는 거 한 그릇에 2만원인 전복, 해삼, 잡어로 된 물회 특을 시켰다.

 

시원하게 한 그릇 때리고 사무실 박(朴) 대리님이 알려준 모네 그림을 전시한다는 사천 미술관에 들릴까 하다가 거리두기 방역수칙이 떠 올라 곧바로 향촌동 집으로 와 뒹글뒹글했다.

에어컨을 안 틀어도 시원하여 책을 보다, 졸다, 텔레비전을 보다 하노라니 오후가 다 가고 저녁이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