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창
복창.
복창터진다 에서의 복창(腹脹)이 아니다.
죽었다고 복창하라 에서의 복창(復唱)이다.
군대에서 엄하게 벌하기 전에 예고하여 불안감과 공포심과 죄책감을 극도로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고 우려했던 것처럼 가혹하지는 않다.
시간이 가고 상황이 나아지면서 엄포로 남겨지는 개 대개의 경우다.
나중에 보자는 사람 무서운 곳 없고, O 퉁소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과도 맥이 통하는 말이다.
주말 이틀 휴가를 내고 삼천포에서 대전으로 올라오며 단단히 각오했다.
수시로 검색하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통하여 동네 기상 상태를 살펴보면 대전은 삼천포보다 2도 정도 높은 편이다.
2도도 2도 나름이다.
극심한 더위나 추위가 아니라면 2도 정도 차이는 무시해도 된다.
그러나 혹한이나 폭서에서의 2도 차이는 천양지차다.
더군다나 해안인 삼천포와 내륙인 대전을 놓고 비교했을 때 2도 차이는 그 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봐도 된다.
삼천포가 31℃이고 대전이 33℃로 2도 차이가 나지만 체감 온도는 적어도 5도 이상 차이는 된다.
대전은 삼천포 온도로 치면 36℃는 되는 폭이다.
그러니 죽었다고 복창하면서 올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휴양지로 피접을 가기도 하는데 왜 한증막으로 오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낳은 곳 고향이 청양이고, 머리를 둔 곳이 제2의 고향인 대전인데 덥고 어렵다고 해서 귀향길을 마다할 수는 없다.
또 주말에 자그마한 사업에 도전하는 건도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올라와야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차 에어컨을 세게 틀고 오다가 지리산 자락 함양 휴게소 들렸다.
차도 식히고, 피곤도 삭히려는 것이었다.
휴게서 나무 그늘에 주차하고는 얼마나 푹푹 찌는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더위가 팍 느껴지진 않았다.
좀 높은 산악 지역이어서 그런가 하고 문을 열고 나가보니 숨이 팍 막힐 정도는 아니고 견딜 만했다.
좀 있으니까 부는 바람이 무더운 것이 아니라 시원한 기분이었다.
“요것 봐라, 신통방통하네” 하면서 차 주변을 서성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덥다는 소리보다는 괜찮다는 소리가 나왔다.
간식으로 준비한 호떡과 자두를 먹고는 가슴까지 써늘한 얼음물을 한잔하고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대전 시내로 진입하였다.
수시로 차창을 열고 손을 내밀어 흔들어보면서 얼마나 더운지를 확인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이 정도는 견딜 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향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닫아 놓았던 실내 온도를 보니 33℃였다.
그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약했다.
대전 집에 들어가면 숨도 못 쉴 정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문이라는 문은 다 열어젖히고는 몇 년째 가동하지 않던 에어컨을 점검하고 청소했다.
웬만하면 가동을 안 하고 버티겠지만 더위에 약한 사람이 혹독한 더위를 못 견딜 것 같으면 가동을 해야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한 것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본의 아니게 이열치열 작전을 구사했다.
갖고 온 짐 정리까지 할 걸 다 해놓고 샤워를 하고는 에어컨 온도를 보니 처음과 마찬가지로 내내 그 온도였다.
창문을 열어 환기한 것이 별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에어컨을 가동했다.
설치한 지 30년이 다 돼 가고, 그동안 한 번도 수리를 안 했는데도 잘 돌아갔다.
전기는 많이 잡아먹겠지만 쌩쌩 돌아가더니 몇 시간 후에는 실내 온도를 27℃까지 떨어트렸다.
밖을 쳐다보면서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참 욕들 보시오. 더운데 방황하지 말고 어여 집으로 가시오”라고 하는데 재밌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새벽에 눈을 떴다.
실외기가 돌아갈 때는 대포 쏘는 소리가 나고, 냉방을 할 때는 태풍 부는 소리가 나는 에어컨은 새벽녘에 데보라가 껐는지 조용했다.
뭘 하기 전에 닫았던 문들을 다 열어 놓고 한참이 지난 지금 실내 온도를 보니 31℃다.
선풍기 미풍을 이용하면서 책을 보는데 괜찮았다.
실내 온도가 33℃이라면 못 견디겠지만 31℃ 정도는 견딜 만하다는 것인데 햇볕 내리쬐는 한낮에도 통할지는 모르겠다.
안 되면 에어컨을 틀면 된다.
어제 올라오기 전에 전력거래소를 통하여 전력 수급 현황을 보니 아직은 예비율이 충분하여 절전 상태로 안 가도 될성싶었다.
준비(예비전력 550만kW미만)-관심-주의-경계-심각(예비전력 550만kW미만)으로 이어지는 전력 수급비상사태만 아니라면 전기를 많이 팔아주는 것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전력인의 책무라 할 수 있으니 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전에 비해 많은 내야 할 전기요금 때문에 굽은 허리는 더위가 가시면 절전하고 보전하면 되는 것이니 너무 물자 절약의 애국자 역할을 하는 것도 좀 안 어울릴 것 같다.
미당 선생은 어찌 됐다 복창한다.
실시!
옛썰(Yes Sir)!
더우면 더운 대로, 안 더우면 안 더운 대로 레츠 고(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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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