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누구를 만날 수도 없다.
방역 규칙에 따라 은밀히 누군가와 둘이서 만나거나 가족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구차한 만남을 하긴 싫다.
어디로 나갈 수도 없다.
느지막하게 귀촌하여 알콩달콩 살아가는 귀촌 부부처럼 한적한 곳으로 둘이 나들이할 수는 있겠지만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는데 눈치 봐가면서까지 불요불급한 외출을 하긴 싫다.
모든 것을 뒤로 뒤로 미루고 나면 방콕이나 집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뻔하다.
별 재미는 없을 테지만 둘이서 손잡고 하는 쐐쐐 놀이가 있다.
보고 돌아서면 가물가물하자면 그래도 안 본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하는 독서삼매경이 있다.
이런 복날에는 이열치열이 좋다면서 달궈진 집을 더 달구려 불을 때 삼계탕을 끓여 곡차 한 잔 하는 주당 행각이 있다.
그도 저도 다 그렇고 만사가 귀찮으니 짜증 내 괜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이 열기가 더해 가는 저 편을 바라보며 하는 멍때리기가 있다.
때는 요 때라면서 입을 열어 누군가와 수다를 떨거나, 나홀로 정보와 오락을 즐기느라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는 5G sns맨이 있다.
이럴 때는 체력을 아끼고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한잠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게 잠에 푹 빠져들어 헛소리하는 잠보가 있다.
각자 사정과 취향에 맞게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즐기거나 버텨낼 텐데 그래도 가장 만만한 게 바보상자 텔레비전이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듯이 무료할 때는 시간 죽이는 데는 텔레비전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마스크 쓰고 진행되는 것일지라도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텔레비전 프로 제작 편성하기도 힘든 지상파와 종편 방송국에서는 한 김 빠져 재미도 없는 올림픽 경기를 중계에 재방송을 연거푸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승리나 우승 신화 같은 것은 하루에도 몇 번을 방영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썩 내키지는 않으나 그에도 순순히 응하고 동참하는 것도 인내심 테스트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나올 사람 안 나올 사람 다 등장하여 눈쌍을 찌푸리게도 한다.
본인들한테는 중차대한 문제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올라서거나 떨어트리기 위한 자기들만의 갑론을박에 지나지 않는 싸움을 하는 점잖지 않은 양반들이어서 채널이 돌려지나 그 역시도 있어야 하고 감내해야 하는 각자의 몫이니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세종의 학암(鶴岩) 친구가 텔레비전을 껴안고 올림픽 시청과 응원을 하고 있다면서 무슨 소회를 밝히고 싶은 눈치다.
하나 말 안 해도 다 안다.
그렇게 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심전심이다.
그러니 두문불출로 더위를 이기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도 애국애족의 본문을 다 하는 것이니 머쓱해 할 것 없다.
어떤 길일지라도 고난 극복의 길을 인정하면서 가볍게 붙이고 싶은 단서 하나가 있다.
파이팅(Fighting, 힘내)이다.
비록 일보 전진을 위하여 일 보 후퇴할지라도 파이팅은 외쳐야 한다.
비록 결기를 다지다가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발랑 나자빠지는 패배가 있을지라도 후일을 기약하며 외치는 파이팅은 있어야 한다.
월등한 실력으로 이기는 승자가 있는 데는 열등하나마 페이스 역할 같은 것을 하는 패자도 있고, 한때는 패자의 자리가 승자의 위치가 되어 환하게 웃을 수도 있으니 파이팅을 외치는 데는 좀 과하다 싶어도 좋을 것이다.
어제 시험장인 유성 충남대 캠퍼스 W10동을 사전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갈마동 성당 옆을 지나쳤다.
겉보기에도 한적하여 잠깐 들려 기도를 드릴까 하다가 접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저희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라는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오늘 새벽 평화방송에서는 김(金) 아오스팅 주교님이 우리 대전 교구 교구장 서리로 서임되셨다는 소식이 자막으로 지나가고 있다.
환희와 고통과 영광의 길을 가셔야 하는 주교님에게 은총과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청하면서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교황청 장관으로 서임되시어 곧 부임하시는 유(柳) 라자로 대주교님도 머지않아 추기경이 되실 텐데 영육 간에 건강하도록 이끌어주시라고 기도를 드린다.
파이팅이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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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