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여유

Aphraates 2021. 8. 2. 05:46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했다.

사실 그런 것 같다.

독일 병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진을 향해 진격하듯이 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목표를 이루거나 목표 지점을 눈앞에 두고 소강상태로 대기하며 관망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긴장감이 덜해진다.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이번 주와 이번 달은 뭘 해야 하나.

며칠 상간으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찾아온 여유가 썩 반갑진 않다.

너무 여유로워도 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유가 철철 넘쳐 축 늘어진 것은 아니나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 분들께서는 이제 사서 고생 그만하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즐기라 권유하시었다.

생각해주시는 것이 고맙지만 생활 자체가 그런 것을 나를 위하여 지금보다 얼마나 더 뭘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겠다.

그게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다.

 

여유와 긴장, 다음

성당 봉사는 지난 6월 말로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면 미사와 행사가 금지되어 성당에 가는 것을 줄이고, 교우와의 만남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그대로 굳어지면 큰일이다.

방역 규제가 완화되는 대로 어찌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둬야겠다.

이제는 책임을 맡아 전면에 나설 처지는 아니다.

뒤에서 따라가면서 봉사 활동을 하되 개인과 연관되는 것이면 좋겠다.

기술사 시험도 일단은 정지 상태다.

올해 시험은 일단은 7.31부로 끝났다.

필기 합격자 발표가 9월 초순이다.

다른 것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나 들어가고 싶다.

1차 합격이 되면 2차 면접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뜻대로 안 됐으면 내년 1~2월이나 5~7월 시험에 재도전할 수 있다.

목표로 하던 시험이나 추가로 목표로 할 시험이나 여럿이 있는데 이번 시험 결과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테니 한 달 또는 몇 달의 여유가 있다.

 

삼천포 공사도 하계 전력수요 시간대인 9.16일 이후에 결론이 난다.

계속하여 공사가 지연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것은 시공이나 감리 수준에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니 발주처 의도에 따르면 된다.

뜨거운 여름은 대기 상태로 지내야 한다.

삼각관계라고 할 수 있는 발주처와 전문 및 일반 시공사와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하면서 준비하면 된다.

최종 마무리 공사를 한 후에 준공 지시가 떨어지면 시공과 감리 준공을 하면 되는 일정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절차에 따라 수행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에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텅 빈 삼천포 향촌 집 탁자와 책꽂이를 보니 썰렁하다.

지난주 시험 보러 올라가면서 두 가방으로 나눠 양손에 들어도 무거울 정도인 책 수십 권을 대전 향촌 집으로 옮겨 정리했다.

수험생으로서는 그 책들은 이제 밖으로 나오지 말고 그 자리에서 푹 주무셨으면 좋을 텐데 시험을 치르고 난 맘이 가볍질 않다.

여차하며 책들을 다시 모시고 동고동락해야 할 것이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만도 고마우나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메기 효과를 맞부닥친 미꾸라지처럼 사생결단으로 긴장감을 가질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조금 생긴 여유를 마냥 즐길 것도 아니다.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더 피곤할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를 갖고 임해야 한다.

그게 골고루 보탬이 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먼 하늘만 바라보며 그리되기를 바랄 게 아니라 맘에 썩 들게 해얀다.

기분 좋은 완성이 되든 꺼림칙한 미완성으로 끝나던 그에 연연하지 않고 뭔가는 해야 할 것이다.

 

성체조배를 인도하시는 평화방송 신부님의 기도 소리가 은은하다.

긴장감을 좀 줄이고, 여유도 좀 부리고자 한다.

일기 예보를 검색하면서 8월의 첫 주 첫날 출근을 준비한다.

어제 내려올 때는 무주 IC-오도재 터널-덕유산 휴게소 구간에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져 이제는 더위는 물러갈 모양이다 했는데 지리산자락을 내려와 함양-산천-진주-삼천포 구간은 뽀숭뽀숭하여 놀랐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이다.

날씨가 좋든 안 좋든 어떤 우리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하면 된다.

 

며칠 전 모모와 우연히 통화했다.

뭐 하느냐고 물어서 삼천포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했다.

그랬더니 좋은 곳으로 피서하러 간다며 부러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 코로나 판국에 웬 휴가냐는 듯이 곱지 않게 여기는 것도 같았는데 우리가 왜 삼천포로 가는지 내막을 모르는 사람으로서 그럴 만도 했다.

자세히 설명할 것은 아니었다.

월요일 날 아침에 출근하기 위하여 주일날 오후에 내려가야 해서 일용할 양식과 옷가지를 챙기는 것이라고 하였더니 놀라는 듯했다.

통화를 끝내고 짐 정리를 하는 데보라한테 가능하면 오가는 보따리는 줄이자고 하였더니 그것은 남자들 생각이고 살림하는 여자들 입장은 안 그렇다며 한 끼니를 끓여 먹고 한잠을 자더라도 있을 것은 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도 맞는 말이었는데 불쑥 말을 던진 것이 머쓱해서 얼른 화제를 돌려 위기를 모면하고는 짐 나르는 포터가 됐다.

 

메기효과,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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