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개미

Aphraates 2021. 8. 4. 05:43

데보라가 가끔 뒷동네 아파트에 간다.

혼자 사시는 K 자매님께 반찬을 좀 갖다 드리기 위해서다.

뒷동네라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만 다르지 왕복 4차선 길 하나 사이다.

가로수가 가려 잘 보이진 않는다.

우리 집 주방 창문과 그 집 앞 베란다가 마주하고 있어 저녁에는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부재 여부를 알 수가 있다.

 

향촌과 파랑새의 다른 집들은 미당 선생이 산책 겸해서 다녀오는 일도 있고, 또 다른 곳은 둘이서 다니기도 하지만 그 집은 데보라 전담이다.

대개 아침나절에 간다.

갔다가는 금방 돌아온다.

문을 연 채로 서서 잠깐 인사 정도만 나누고 오는 것이다.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텐데도 안 그런다.

집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세상만사에 대한 수다를 떨 관계는 아니다.

그 집에 다녀오면 건강히 잘 계시더냐고 물어본다.

그럼 늘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우리 집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가 오겠느냐며 반가워하신단다.

 

이해가 된다.

자매님은 공직 생활도 오래 하셨다.

표 안 나게 봉사 활동도 많이 하신다.

친척 동생이 시장까지 역임한 가문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광폭 행위일 텐데도 그렇게 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낙 고진 이신 데다가 직진 이외는 없는 분이시기 때문에 오손도손하고 아기자기한 면은 적기 때문이다.

그를 두고 호불호를 말할 것은 아니나 어부랑 더 부랑은 적다.

 

대전이 아프다.

코로나 방역 4단계가 시행 중인데 그도 부족한지 대중교통 운행 감소 등 고강도 대책이 추가된단다.

살기 좋은 우리 동네가 어쩌다가 이리됐는지 걱정이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 못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농담이긴 하나 대전에서는 올라오지 말라 하고, 삼천포에서는 올라가지 말라고 한다.

4단계 기간인 88일을 염두에 두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이 있어 이번 주에는 안 올라가지만 다만 둘이라도 왕래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산, 다음

주인장 설움이자 나그네 설움이다.

갈 곳도 없고, 올 사람도 없다.

들리는 소식도 뜸하고, 전하는 소식도 삼간다.

모두가 이심전심인지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한 편이다.

피서지나 유원지에는 사람들이 그런대로 있는 것 같지만 해마다 상수처럼 돼 있던 휴가철 차량정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축지법을 써서 날아갔는지 비행기 전세를 내서 갔는지 모르지만 차는 안 보이는데 사람은 많아 동해안의 강릉으로 속초로 고성으로 움직인단다.

오뉴월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말처럼 예의를 지키느라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그리된 것이 아니어서 맘이 무겁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현장에서 활달하게 움직이기도 그렇고, 창문을 통해 간신히 삼천포 항구가 보이는 좁은 향촌 집에서 몇 날 며칠이고 방콕하기도 그렇고, 체질에 안 맞는 배달 음식을 시켜다가 홀짝거리기도 그렇고, 우리 집은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는 안전한 집이라고 하는 식당으로 눈치 봐가면서 들어가기도 그렇고......, 혹시 조금이라도 빌붙어 있을지 모르는 걔를 수장시키기 위하여 중무장하고 해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개미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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