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던가, 저기던가
1970년이니까 대전 문화동 학교 시절이다.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되기 전이다.
하숙집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행운이라고 할 정도였다.
선화동, 도마동, 태평동, 문화동1, 문화동2, 문화동3(자취)으로 이어진 하숙집과 자취집에는 텔레비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대개들 하숙생들이 그랬지만 3년 동안에 너무 많이 옮겨 다녀 그 해에 어느 하숙집에 있었던 지도 가물가물하다.
선풍적이 인기를 모았던 “아씨” 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를 보진 않았다.
얘기만 들었다.
주제가 “아씨”도 가끔 들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자 가수의 구슬픈 노래였다.
아씨, 다음 백과
임희재(任熙宰) 극본, 고성원(高盛源) 연출의 텔레비전 일일연속극.
내용
1970년 3월 2일부터 1971년 1월 9일까지 252회에 걸쳐 동양텔레비전(TBC)에서 방영하였는데, 극본은 처음에는 임희재가 썼으나 건강상 퇴진하여 이철향(李哲鄕)이 대필하였고, 김희준(金喜俊)·김세윤(金世潤)·여운계(呂運計) 등이 출연하였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30년간으로, 양반댁에 시집온 아씨는 남편의 외도와 냉대 속에서도 인내와 순종만이 여자의 부덕으로 알고 시부모를 봉양하고 지아비를 섬기나, 남편이 객지에서 죽고 섬기던 시부모도 돌아가신 뒤 혼자서 쓸쓸히 여생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이 자기 희생으로 일관해온 전형적인 한국여성의 운명에 대한 깊은 동정과 공감 때문이었다.
당시 드라마에 출연한 연인원은 1,200명이었으며, 남편이 아씨를 냉대하는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을 때는 부인들과 여성단체 회원들이 방송국에 몰려와 항의하는 일도 있었고, 여성지에서는 아씨가 과연 한국적 여인상인가 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이 극은 그 때까지의 우리나라 텔레비전 단일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며 텔레비전 편성에서 일일연속극의 붐을 일으켜, 다른 방송국에서도 일일연속극을 다투어 신설하여 한 방송국에 4, 5편씩의 일일극 홍수시대를 이루게 하였다.
옛날에 이길은 꽃가마 타고
말탄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한세상 다하여 돌아 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옛날에 이길은 새색시 적에
서방님 따라서 나들이 가던 길
어디선가 저 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 대던 길
한세상 다하여 돌아 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오늘은 거기의 노랫말과 오버랩 되는 것이 있어 뭘 엮으려고 검색해 봤다.
묘한 인연이었다.
시나리오 작가와 노래 작사가가 엊그제 갔었던 여수의 돌산과 진남관과 오동도를 배경으로 한 “동백꽃 피는 항구”의 임희재 작가였고, 작곡가가 지지난해 삼천포로 와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묘소로 인사갔던 동백 아가씨의 백영호 작곡가였다.
오늘은 색다른 시도를 한다.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의미는 좀 다르지만 갖다 붙여도 될 것 같다.
아씨의 가사 중에 “여기던가 저기던가”를 인용하여 글을 써 본다.
어느 한 쪽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살이가 그렇다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현역, 퇴역, 예비 정치인들의 고심이 클 것 같다.
간보며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야 어차피 그런 사람들이리니 하고 넘어가도 될 것이다.
하나 그런 소리를 안 들어도 될 사람들이 갈림길에 서서 이리로 가야 할지 저리로 가야 할지 망설이면서 “여기던가, 저기던가” 하고 한숨을 쉴 것 같은 데는 그냥 넘기기가 좀 그렇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한다.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 것이다.
확실하거나 아사무사하게 결정을 내리고서도 잘 된 것인지 잘못 된 것인지 몰라 고뇌가 깊을 것 같다.
잘 되면 소신에 충신이고 잘못되면 배신에 역적이 될 것이다.
백두산에서 십년, 한라산에서 십년, 금강산에서 십년, 태백산에서 십년으로 도합 사십년 동안 도를 닦고 영험한 계룡산에 안착한 족집게 도사도 집어내기 어려운 답을 어찌 낼 것인지 측은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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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