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에 오한이라면
말복이다.
막판 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 역설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당 선생은 어제저녁에 말복 치레를 했다.
집에 와서 부꾸미에 사과와 당근과 양파를 저민 샐러드를 몇 볼 테가 먹고 났더니 몸이 묵직한 것이 으스스했다.
물통을 메고 들어와서 그런가 하고 몸을 움직여봤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삼복더위에 오한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기 전에 언뜻언뜻 떠오르는 게 있었다.
체온이 오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코로나, 장티푸스, 식중독이었다.
어제부터 조금 욱신거리는 치통과는 관련성이 좀 없는 것 같았다.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어 보였다.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차도가 없으면 두문불출한 상태로 대기하면서 신고하고 나서 관계 기관의 조치에 따라야 할 것이다.
만약에 몸 상태가 안 좋아 코로나 증상이 나타날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확산과 전파를 방지하기 위하여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전어가 한창이어서 조금 사 왔다면서 만든 전어 반찬으로 저녁을 먹은 후에 몸 상태를 가늠해보니 여전히 안 좋았다.
누구한테 실컷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전신을 지압봉으로 살살 두드리면서 몸을 풀어줬다.
이어서 보일러를 틀어 약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참 동안 했다.
평소 같으면 뜨겁다고 소리를 지를 판인데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더운 날에 더운물을 끼얹으며 시원하다고 하는 것은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더워서 켜 놓은 에어컨을 끌 수는 없었다.
대신에 이불을 덮고는 끙끙 앓았다.
코로나가 자꾸 머릿속을 왔다 갔다 했다.
이거 잘 못 됐으면 내일부터 무척 바쁠 텐데 설마 그것은 아니겠지 하는 희망 사항으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만가 자다가 남자는 여자 노래를, 여자는 남자 노래를 바꿔서 부르는 가요무대 소리에 눈을 떴다.
근심스럽게 지켜보면서 몸을 주물러주는 데보라한테 그만하라 이르고는 일어서서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몸을 뒤틀어봤다.
잠들기 전보다는 한결 부드러웠다.
거뜬하고 상쾌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병은 아니었다.
추측해보던데 주말과 주일에 데보라와 둘이서 여수 돌산도와 삼천포 용궁시장을 걸은 25,000여 보의 강행군이 원인이었다는 생각이었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니 몸이 놀라서 그러면 안 된다고 튀며 반응을 한 것 같았다.
체력 관리한다고 삼천포 용궁시장 갔다가 서포 별주부전의 용궁에 갔다가 진짜 용왕님이 계신 용궁에 갈 뻔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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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