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 많이 드슈
거리두기를 지켜가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입구 밖에서부터 발전소 노조원인 듯한 직원들이 무슨 팻말인가를 들고 서 있었다.
환영을 받으며 무슨 행사장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쑥스러워 무슨 캠페인인지 볼 형편이 아니었는데 하늘색 조끼를 입은 남녀 직원들도 침묵시위를 하는 것처럼 마스크를 한 채 아무 말없이 서 있었다.
줄서서 들어가다가 배식구 앞에서 식권을 함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마지막 안내 위치에서 팻말을 들고 있던 여직원이 오늘은 무료라면서 그냥 드시라고 했다.
사람이고 식당이고 참 기특도 했다.
식당을 오랫동안 애용해줘 고마워서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업체가 바뀌고서부터 영 부실하다는 민원 때문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신경을 쓰는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거기에다가 복날 나온 삼계탕도 틈실했다.
반찬도 여러 개였고, 후식의 수박도 싱그럽고, 배식하는 영양사와 주방요원들도 한결 웃음 짓는 표정이었다.
무엇보다도 애들 주먹뎅이만 하여 말로만 삼계탕이지 먹잘 것이 아니라 여느 삼계탕 닭보다 큰 것이 작심하고 신경을 쓴 것 같았다.
테이블 하나에 아크릴 판을 두고 대각선으로 앉아 먹는 식탁 배열이다.
식사 전 기도를 하고 먹기 전에 한 바퀴 쑥 훑어보니 그 노땅이 혼자서 맛있게 삼계탕을 먹고 있었다.
언젠가 명찰을 보니 무슨 통신사 감리원(단장)이던데 안전 조끼를 입고 작업화에 각반을 찬 모습이 영 어설펐다.
집도 삼천포 향촌동의 같은 아름 빌이다.
객지 벗 십년이라고 같은 또래끼리 교류를 할 수 있을 텐데 잘 안 된다.
아직 수인사나 눈인사도 안 나눴다.
나눌 생각도 없다.
많은 식사 동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발전소 직원들을 빼고는 미당이 터줏대감인 셈이다.
업체를 통해 온 사람들이 얼마동안 머물며 임무를 끝내고 다른 곳으로 갔기 때문에 아마도 3년차로 들어선 미당 선생이 최고 고참일 것이다.
고참이면 고참답게 신참 노땅을 잘 안내해야 하는 데 책무에 소홀하다.
삼계탕 닭다리 하나를 잡았다.
젓가락으로 들어 먹으면서 저 편의 노땅한테 “노형(老兄), 많이 드슈”라고 속으로 인사를 했다.
비슷한 연배일 것 같은 댁이나 미당이나 남쪽 마을 삼천포로 와서 객지 생활을 하고 있는 폭인데 우리들 나이에 그리 할 수 있는 것만도 선택받은 것이자 큰 은혜이니 더욱더 열심히 하자는 소리도 전하고 싶었다.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누가 볼까 무서운 듯이 허겁지겁 먹다보니 어제 삼천포 장에서 사와 오늘 처음 입고 나온 좀 품이 큰 짙은 바다색 조끼에 삼계탕 국물이 튀었다.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새 것도 한 번 입으며 헌 것이 되고, 앞으로 얼마나 더 험하게 입고 빨아야 할지 모르는 데 조끼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조끼에 묻은 것을 휴지로 대충 닦아내고는 다시 폭풍흡입는 삼계탕 국물이 구수하니 좋았다.
공짜라면 OOO도 마시고,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복날의 속이 꽉 찬 삼계탕이 공짜배기라서 그런지 맛이 더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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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