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러머니 한 번
아이들한테 장래 희망이 뭐냐, 뭘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라고 한단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시도지사, 장군, 사장(회장), 박사, 기술사......, 망설이지 않고 그런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던 것은 옛날이야기란다.
언론 노출빈도가 높고, 수입도 좋고, 인기도 좋고, 공부를 그렇게 잘 안 해도 되고......, 뭐 그런 이유가 있기에 선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 일류급만이 살아남는 그 계통에서 톱(Top, 정상)이 되기 위한 지고지난한 과정과 치열한 경쟁과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는 실상을 알면 그리 쉽게 말을 하진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그냥 지나치는 말로 자기 희망을 얘기하면 모르지만 기필코 그 길을 가겠다고 한다면 부모들 고심이 깊어질 것이다.
어떻게 진로를 잡아줄 것인지 착잡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기질은 있는 것 같지만 그 정도로는 우뚝 서기 힘든데 왜 그런 험난한 길을 가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것이다.
부모 속 안 썩이고 제가 알아서 잘하고 성공하여 돌아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순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경쟁이 덜 한다고 볼 수 없는 그 세계로 들어가면 더 생각하고 더 움직여야 할 일들이 많을 텐데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것이다.
우리 애가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거기로 보내면 잘할 것 같긴 한데 뒷바라지를 생각하면 엄두도 안 날 것이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부모도 있긴 할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내 새끼가 하고 싶다는데 뭔들 못 해주겠냐며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있는 것 없는 것 다 쏟아붓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더라도 끝까지 밀어주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깃발을 휘날리던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이 정상에서 내려와 초라하고 쓸쓸하게 보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갈 곳이 없거나 할 일이 없어 엉뚱한 곳에서 옛 기량을 발휘하고 영화를 이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특기생들이 나이 들어 전업(轉業)하여 성공한 사례가 없진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것조차도 모르고 사라지는가 하면, 다른 데에 발을 붙였다 해도 근근한 호구지책 정도이니 본인들도 자기 처지를 생각하면 암담할 것이다.
방송 프로와 등장 무대 자체가 없어져 뿔뿔이 흩어져 다른 일로 각자도생하는 인기 코미디언들이 그렇고, 나이 들어 선수로 뛸 수는 없어 관리 감독자라도 해야 좋을 텐데 그런 자리도 극히 제한적이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유명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현역 생활을 할 때 얼마나 많은 부를 일궈놨는지는 모르나 본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예능, 먹방, 리포터 프로에 나와 거기에 맞추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커다란 인력 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적인지 가물가물하다.
두 사람 다 아직도 방송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예능 프로에서 개그맨 겸 진행자인 LK씨가 함께 출연한 천하장사 출신의 LM씨를 약 올렸다.
둘이 뭔가 신나게 하다가 LK씨가 LM씨에게 무적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다가 무명 신인 KH 선수한테 졌을 때 어떤 세러머니를 했느냐며 한번 해보라고 하였다.
다 지난 일이니 또, 1등은 내려오라고 있는 것이니 씨름판에서 넘어지고 은퇴한 것이 크게 흠이 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끄집어내 한번 해보라고 하면서 약 올리는 것은 이상한 그림이었는데 뒤돌아선 사람한테 가서 그러지 말라는 의미로 한 대 쥐어박는 것으로 끝났다.
영광을 뒤로하고 쓸쓸하게 돌아서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시 얘기하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재미 삼아 농담으로 하는 것이지만 무슨 쇠를 해도 듣기만 하지 할 말이 없어 묵묵부답 모드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치명적인 일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식으로 개장하기도 전에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공격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그를 피하려고 방어하는 선수도 있다.
의욕적으로 의기양양하게 뭘 이야기하면 기를 팍 꺾어 놓는다.
감추고 싶은 것을 들이대며 그래 갖고서 왜 나서느냐고 한 마디 던지면 영구 없다는 코미디가 연출된다.
그러는 댁은 뭐 잘한 것이 있느냐며 반격을 해보지만 잽이나 카운터 펀치를 맞은 선수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상대의 약점이 나의 강점이오, 나의 약점이 상대의 강점인 논리가 그대로 나타나는 것인데 알 권리인지 흑색선전인지는 점차 드러날 것이다.
저기요, 모모 님.
그때 그 시절 어떠셨는지 의식 한 번 해보시지요.
이봐요, 모모 님.
너무 그러는 것도 아니니 아픈 데 찌르지는 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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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