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갱
오늘은 우울한 날이다.
기술사 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깨갱거렸기 때문이다.
깨갱도 그냥 깨갱이 아니다.
무참히 망가진 깨갱 점수였다.
지난번에 1점 미만 차로 불합격하여 씩씩거리며 나름대로 노력하였고, 좀 더 성의 있는 답을 하여 이번에는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차 있었는데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합격자가 2명에 2% 정도였다는 것은 불합격했을지라도 부족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여 서운할 것이 없지만 점수가 그 정도 나왔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웃고 즐기다가 뒤통수 얻어맞은 기분이다.
고무줄 실력에 고무줄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가 팍 죽었다.
9시 정각 시보와 함께 공단 사이트에 뜬 시험 결과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여타 기술사 합격자는 어떤가 하고 살펴봤더니 유독 혹독하고, 인색하고, 처참한 결과였다.
다른 종목에서 치르고 낙방한 후배와 통화하면서 울분을 달랬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두 번 다시 볼 시험이 아니라며 그만 보겠다고 했다.
달랬더니 선배님도 이제 그만하시라고 하였다.
시험이 다 그런 것이나 여태까지 한 것이 아까우나 실패를 발판삼아 재도전해야 한다고 위로하려던 맘이 싹 달아나 그런가 하고 말았다.
밥이 술술 넘어가는 쾌재를 바랐지만 거꾸로다.
그래도 먹어야 산다.
청양 본가에 가면서 공주 금강 청벽 나루터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갈비탕을 한 그릇 때리고 아침의 악령은 백마강으로 흘려보냈다.
패자는 말이 필요치 않다.
굴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시험에 매달리다가 머리가 돌 것 같아 그만뒀다는 여느 수험생처럼 안 된다면 끝장을 봐야 한다.
잠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되돌아보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면서 역량을 더 키우는 것 이외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2명이 뭐야!
그 점수가 뭐야!
깨갱이다.
아프다.
그러나 견딜만하고, 오히려 예방주사를 맞은 것으로 생각한다.
http://www.facebook.com/kimjyyfb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