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누나
열받는다.
열받는 게 정상이다.
열 안 받으면 비정상이다.
열받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열받아봐야 일만 그르치고 자신만 손해니 냉정하게 평정을 찾아야 한다.
열받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면 그도 열 받을 일이다.
열받되 심신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도에서 적절하게 받아야 한다.
사무계 은행 지점장 출신 OB이면서 기술계 기사 시험에 합격하여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아우님들과 소맥 폭탄을 겸한 점심을 먹고 와서는 시험 결과를 다시 한번 복기하면서 분석을 해 봤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지만 열받쳤다.
위로받는 오찬장에서는 체면 차리고 신중한 태도를 잡느라고 시험이 다 그런 것인데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부족한 실력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 자책하고 무리가 가지 않는 한 한 될 때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일관하였지만 술 한잔 걸친 김에 생각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쳤다.
평화방송 새벽 미사를 봉헌하였다.
911을 맞아 폭력, 테러, 전쟁 등 비인간적인 일들로 인하여 희생당한 모든 이에게 평안함을 주시라 청하였다.
그리고 낙상하여 입원 중이거나 자가 치료 중인 미당 형수님, 금산 친구, 향촌 댁 등 병마에 시달리는 모든 이에게 치유의 은사와 함께 용기를 주시라 청하였다.
이어서 자신을 반성했다.
동동거리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다시 한번 자신을 충그렸다.
서고에 뒀던 관련 자료들을 챙겨 늘 갖고 다니던 빛바랜 가방에 담았다.
삼천포로 갖고 가 재도전 준비를 할 참이다.
비슷한 종목 시험이 내년 초부터 계속하여 시행되니 차례로 재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심심풀이로 실실해서도 아니 될 사안이지만 사생결단으로 대차게 할 사안도 아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틈틈이 짬을 내어 그간의 것들을 차분하게 정리하여 재도전하면 언젠가는 완결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중요하고 그게 먼저다.
열받누나.
그러나 그 열에 져서는 아니 된다.
열을 보약으로 요긴하게 써서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자, 선선한 초가을 날씨에 역을 식히자.
자, 가자.
갈마 본당으로 가 아침 미사 참례하고, 일용할 양식 가득 채워 느긋하고 안전하게 삼천포로 떠나자.
모든 낙동강 오리알 선수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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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