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됐다
현직에 있을 때다.
승진 한 번 해보겠다고 죽자 살자 뛰어다니던 모모가 있었다.
그런데 어지간히 재수도 없었다.
안 되려면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더니 그 격이었다.
그가 책임을 맡은 부서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에 푸르른 낙엽은 물론이고 잔가지와 큰 가지도 부러져 나무 밑동이 흔들거릴 정도의 사고였다.
사고만 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하게 벌한다고 벼르고 있던 살벌한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졌으니 아연실색은 당연했다.
물론 사고를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뭔가 어필을 해야 할 텐데, 사고가 나면 잘 처리하여 인정을 받아야 할 텐데 사고가 안 나고 조용하면 존재감이 없어 나쁜 생각이지만 사고가 나기를 바라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비정상적인 경우는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성골 정도나 돼야 가능한 것이지 존재감 없는 사람이 알캉달캉 한 번 매달려있는 사람으로서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모모는 청천벽력이었다.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본 대개의 사람은 측은지심으로 응원을 하였다.
하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천벌 받을 정도로 사악한 사람들도 있었다.
경쟁자들은 앞에서는 안 됐다고 위로했지만 돌아서면 회심의 미소였다.
인간적이지 못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무정한 사람들도 있었다.
방관자들은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모모는 엿됐다거나 또는 O 됐다거나 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이 했다.
눈물겨운 트라이애슬론(Triathlon, 철인 3종 경기)이다.
젖먹던 힘까지 내며 사활을 걸고 뛰는 것이 안쓰럽다.
아니 본만 못하다.
땡잡았다는 소리보다는 O 됐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그런 단계와 과정을 거쳐야 승자독식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보고 듣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http://www.facebook.com/kimjyyfb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