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먹는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받고 처방된 약이 있다.
심한 편은 아니나 예방하는 보약이라 생각하고 복용하라고 처방받은 혈압, 당뇨, 통풍, 신장, 요로 결석 관련 약이다.
거기에다가 처방받지 않고 약국에서 권하여 먹는 약이 있다.
치통, 소화불량, 감기약 등은 어쩌다가 먹는 약이 그 것이다.
요즈음은 환절기 비염 예방약과 어깨 근육이 뻐근하여 통증 완화제를 3일 전부터 복용하고 있다.
차도가 있긴 하나 약 먹는 것이 반갑진 않다.
가능하면 약을 안 먹고 버텨보려고 한다.
하지만 안 좋은 상태가 지속하면 어쩔 수 없다.
아픈 내색을 안 하고 참아도 표가 나는지 그렇게 혼자 앓으며 불편해하지 말고 이런 약도 있다는데 한번 먹어보라고 권유하는데 외면하기도 그렇다.
어제 주일은 평화방송을 통해 미사를 봉헌한 후 완전 방콕했다.
완콕이라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할 일 없이 집에 있으면 답답하여 못 견디는 성격이지만 어제는 몸 상태가 안 좋아 완콕으로 완주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잠시 글을 쓰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곰 새끼처럼 먹고 자고 했는데 지루하질 않았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잠이 부족했다는 듯이 긴 하품을 하곤 했다.
좀 풀어주면 머리 꼭대기 앉으려 하고, 주면 줄수록 용용 거린 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늘어진 하루를 보냈다.
해 질 무렵에는 걸어서 5.5km / 1′30″ 거리에 있는 실안 낙조(實安 落照)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하였지만 잠자다가 깨보니 이미 그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데보라가 “실안 해변 일몰 보러 갑시다” 라고 약을 올려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다.
잠시 조는 것은 몰라도 그렇게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자는 경우는 드문데 아무래도 떨어트리면 찾기 힘들 정도로 작은 쌀톨보다 조금 큰 비염약과 그보다는 좀 큰 어깨 통증약에 취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게 그 약이라고 사 왔을 때 웃었다.
아무리 작아도 그렇지 이렇게 작은 알약이 무슨 효험이 있겠느냐고 하였는데 작은 고추가 맴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듯이 콧물이 멈추고 어깨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약은 시원하게 몇 번 복용하고 중단해야겠다.
미련하게 참아서 병을 키울 정도가 아니라면 어디가 좀 불편하거나 안 좋다고 해서 여러 가지 약을 찾아 먹는 것은 안 좋다는 생각이다.
자가 면역과 자기 치료 기능에 기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http://www.facebook.com/kimjyyfb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